Chapter 1 : 동물원 원숭이처럼

“외국어 한다며? 한 번 해봐”, 말해줘도 모르는 사람들의 호기심

by 조슬기

눈앞에 갓난아기가 옹알이를 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 모습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오고, 사람들은 아기에게 자연스레 말을 건넨다.


“엄마 해봐.”

“아빠 해봐.”


사실 ‘엄마’, ‘아빠’라는 단어가 무슨 대단한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아기의 서툰 한마디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힌다.


그런데 비슷한 장면이 또 있다. 주변에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묻는다.


“엄마가 일본어로 뭐야?”

“아빠는 뭐야?”


질문에 답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묘한 기분이 든다. 정작 본인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굳이 확인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뭘까? 그 호기심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어느새 나는 동물원 원숭이처럼 사람들의 눈길 앞에서 ‘재주를 부리는 존재’가 되곤 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일이다. 미술 수업 준비물로 만화책을 가져오라는 날, 나는 일본어 원서를 들고 갔다. 당시 막 일본어 공부에 빠져 있던 때였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쉬는 시간,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을 걸었다.


“이거 네가 읽을 줄 아는 거야?”

“응, 읽을 줄 알아.”

“그럼 이 장면은 뭐라고 돼 있어?”

“안녕? 나 다녀왔어.”

“…진짜 맞는 거야?”

“너 정답도 모르면서 왜 물어본 거야?”

“그냥 신기해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친구들도 몰려들어 ‘이건 무슨 뜻이냐’, ‘저건 뭐냐’라며 질문을 던졌다. 나는 차례로 답했지만, 정답을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되물었다.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왜 자꾸 묻는 거냐?”라고. 돌아온 대답은 똑같았다. “그냥 신기해서.” 그러나 정작 “그럼 너희도 배워보는 게 어때?”라고 하면, 다들 손사래를 쳤다.


비슷한 일은 대학 시절 명절 때에도 있었다. 큰집이던 우리 집에는 친척들이 모두 모였는데, 사촌만 해도 열 명 가까이, 어른까지 합치면 꽤 많은 인원이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일본어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곧바로 질문 공세가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저는 ○○입니다.”

“저는 △△학교 몇 학년입니다.”

“일본에 여행 가고 싶습니다.”

“짐은 가방 두 개로 나눠 담아 주세요.”

“저는 ○○기업에 다니며 근속 15년째입니다.”


누구도 준비하지 않았지만, 질문은 끝없이 이어졌다. 나는 아는 대로 대답했고, 친척들은 “와, 그런 말도 할 줄 알아?”라며 놀라워했다. 그러면 또 새로운 질문이 날아왔다.


이처럼 어디서든 외국어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상황은 비슷하게 흘러갔다. 사람들은 ‘이건 뭐냐, 저건 뭐냐’ 묻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답하며 마치 원숭이처럼 재주를 보이는 역할을 떠맡았다. 정작 그 재주의 정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아이를 키워 본 부모들은 말한다. 아이가 말을 배우고 나면 하루 종일 “이건 뭐야?”, “저건 뭐야?”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고. 그 호기심은 사랑스럽지만, 때로는 부모를 지치게 만든다. 외국어 구사자에게 쏟아지는 질문 역시 다르지 않았다. 물론 그저 질문에서 끝난다면 힘들어도 웃으며 넘길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전 01화프롤로그 : “언어는 무기일까? 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