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교사라는 고정 프레임, 그런데 선생은 아무나 하나?
“너 그렇게 만화를 좋아할 거 같으면 일본어나 공부해라. 그래야 할 거 없으면 슬기 형처럼 일본어 선생이라도 할 거 아니냐?”
명절날 사촌동생의 어머니가 자기 아들에게 한 말이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내가 일본어 교사였다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작 나 자신도 모르는 길을 누군가가 대신 정해준 셈이었다. 난 일본어 선생이 아니라고 했을 때 사람들의 놀란 표정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언제부터 일본어 교사가 ‘할 거 없으면 하는 직업’이 되었을까?
사실 교사가 되려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범대를 졸업하거나, 일반 대학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학 과목, 교과교육론 등 총 22학점 이상을 채워야 하고, 한달간의 교생실습도 필수다. 게다가 최근에는 심폐소생술이나 인적성 검사까지 요구된다. 이 모든 과정을 이수해야만 교원자격증이 주어진다.
나는 사범대가 아닌 공대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해 교원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과정에서 졸업이 한 학기 늦어지기도 했고,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할 게 없는 사람’이 쉽게 해낼 일은 아니다.
교원자격증은 이름만 자격증이지 사실상 ‘면허증’에 가깝다.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학원 강사로 일할 때는 요구되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남을 가르치는 행위는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이런 인식 때문에 “외국어=교사”라는 단순한 인식이 퍼진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선생’은 외국어 좀 할 줄 아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택할 수 있는 밥벌이 정도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왜 본인들은 국어 선생이라도 안 하는 걸까?
나는 일본어를 자주 쓰진 않지만, 막상 외국어를 쓸 일이 생기고 내 직업이 교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묻는다.
“일본어 교사세요?”
이젠 그런 질문에 익숙해졌다. 때로는 복수전공으로 일본어 교원자격증이라도 있었다면, 그냥 “네, 일본어 교사입니다.”라고 대답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그 편이 소개하기는 더 간단했을 테니까. 하지만 현실은 “전기전자과 교사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또 다른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외국어=교사라는 프레임은 여전히 강력하다. 하지만 외국어를 안다고 해서 누구나 선생이 될 수는 없다. 교육은, 그저 언어를 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그리고 언어는 훨씬 넓고 깊은 세계를 품고 있으며, 스펙이 곧 실력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