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 “N1 땄다면서 왜 버벅대?”

시험 합격=유창함이라는 오해, 언어는 시험 점수가 다가 아니다.

by 조슬기


“JLPT N1 있으면 일본어 완벽하겠네.”

“근데 이건 왜 몰라?”


외국어 시험 점수가 높으면, 그 언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따라온다. 자격증이 눈에 잘 보이는 ‘증거’이니, 그런 반응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언어는 보통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눠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나 네 영역을 모두 잘하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한두 가지가 약한 경우가 흔하다. 예컨대 일본어능력시험(JLPT)은 언어지식, 독해, 청해의 세 영역만 평가한다. 쓰기와 말하기는 아예 시험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최고 등급인 N1에 합격했다 해도 말하기에 약할 수 있다.


비슷한 사례는 영어에서도 흔하다. 실제로 한 대기업에서는 토익 900점을 넘는 신입사원이 외국인과의 미팅에서 한마디도 못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험 점수와 실전 회화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토익스피킹 같은 말하기 시험도 유행하지만, 그것 역시 ‘시험을 위한 말하기’일 뿐 실제 대화와는 차이가 크다.


운전면허증을 떠올려보자. 면허증을 땄다고 해서 바로 도로 위에서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험 코스에서 배운 것과 실제 도로에서 마주하는 상황은 다르다. 주차만 해도 그렇다. 시험장에서 연습한 것과 실제 현장에서 부딪히는 상황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운전은 ‘면허 취득 이후의 연습’에서 완성된다.

외국어도 마찬가지다. 자격증이나 점수는 기본기를 통과했다는 증명일 뿐이다. 진짜 실력은 그 이후의 연습과 실전에서 만들어진다. 반대로, 우리가 국어 시험을 매번 만점 받지 못한다고 해서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못하는 건 아니다. 외국어 역시 시험 점수와 실제 능력은 언제나 엇갈릴 수 있다.


외국어 자격증 한 장이 세상을 바꿔주진 않았다. 그것은 단지 내가 출발할 수 있는 작은 기반이 되었을 뿐이다. 진짜를 단단하게 만든 건 그 이후의 사용과 경험이었다. 결국 시험은 시작이고, 언어는 삶 속에서 다시 다듬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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