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 모든 단어를 알 거라는 착각

원어민도 모르는 단어가 있다. 유창함은 1:1 매치가 아니라 맥락 이해

by 조슬기


“일본어 잘한다면서? 왜 이 단어는 몰라?”

“안 쓰니까 까먹은 거 아니야?”


외국어를 할 줄 안다고 하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사실, 답을 알던 문제도 갑자기 질문을 받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듣는 순간 “아, 맞다” 하고 떠올리지만, 외국어에서는 단순한 기억 문제를 넘어 훨씬 더 복잡한 상황이 벌어진다.


우리는 평소 모국어로 대화할 때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는다. 문장의 흐름 속에서 대화를 이어가고,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문맥으로 채워 넣는다. 그래서 일상 대화는 물 흐르듯 진행된다.


예를 들어 ‘등기우편’, ‘지게차’, ‘동맥경화’ 같은 말은 자주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금세 헷갈릴 수 있다. 전문 용어나 지역 방언, 혹은 젊은 세대가 쓰는 신조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모르는 단어를 만날 때마다 잠시 멈칫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어 자체를 못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결국 언어란 단어 하나의 유무보다 전체 맥락 속에서 이해되고 쓰이는 것이다.


외국어 대화를 예를 들어,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야.”

“나는 사립학교 1학년이야.”


여기서 ‘사립학교’라는 단어를 모른다고 해도, 결국 상대가 학교에 다닌다는 큰 맥락은 변하지 않는다. 단어 하나를 모른다고 대화 전체가 막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맥락을 이해하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이다.


수능 영어 시험을 떠올려보자. 긴 지문 속 모든 단어를 다 알지 못해도 대부분 문제는 풀 수 있었다. 왜냐하면 본질은 ‘문장의 전체 흐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단어를 많이 알수록 대화가 풍부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단어를 알아야만 유창해진다는 건 착각이다. 때로는 모르는 단어를 넘어가면서도 충분히 대화는 이어질 수 있다. 언어는 단어의 집합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맥락을 공유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이런 유창함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아기가 모국어를 배우듯, 서투른 시기를 거쳐 천천히, 오래 쌓아야 한다.


여기까지가 내가 경험한 ‘언어에 대한 흔한 편견들’이다. 그런데 이후 나는 군대라는 곳에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무색하게 할 만큼 낯설고 난감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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