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 : 직장에서 ‘담당자’가 되는 순간

외국어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업무 독박, 도움은 없고 책임만 늘어난다.

by 조슬기


학교라는 곳은 가끔 별안간 새로운 일이 생긴다. 어느 날, 교감 선생님의 한마디가 그 시작이었다.


“일본의 학교와 자매결연을 추진하겠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일이 갑자기 업무로 만들어졌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예산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관리자의 뜻이라면 피해 갈 방법이 없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일본어 잘하시니 선생님이 하세요.”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는 일본어 교사가 없었고,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내가 유일했다. 그날부터 교육계획서에도 없는 ‘국제교류 담당’은 내 몫이 되었다.


처음은 메일 소통이었다. 일본의 ‘오키나와공업고등학교’와 연결이 되었고, 상대 학교에는 한국어 가능한 사람이 없었기에 내가 일본어로 메일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막상 메일을 쓰려니 생각만큼 술술 나오지 않았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옆자리 선생님이 물었다.


“왜 번역기 안 쓰세요?”

“왜 번역기를 써야 되죠?”


그 선생님은 번역기를 쓰면 더 편할 거라 생각했고, 나는 번역기에만 의존하면 어색한 표현이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서로 다른 관점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더 힘들었다.


업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일본 출장도 다녀와야 했고, 상대 학교 교장, 교감선생님이 본교를 방문했을 때는 안내와 통역을 전담했다. 온라인 교류를 위한 줌 회의, 홍보 영상 일본어 자막, 학생 간 교류 진행까지, 국제교류와 관련된 모든 일은 곧 내 일이었다.


그동안 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남들은 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무기를 가져야, 직장에서 쉽게 무시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한다.


“나만 할 줄 아는 일이 있다는 게, 꼭 평탄한 건 아니더라.”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일한 것에 대해 불만은 없었지만 일련의 과정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외국어 능력은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는 그 사실을 직장에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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