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 그래도 가끔은 쓸데가 있다.

우연히 생기는 뜻밖의 기회가 자산이 되기도 한다.

by 조슬기


벡스코에서 일본유학박람회가 열렸던 어느 주말, 나는 최초로 직장 안이 아닌 바깥에서 통역요원 업무를 맡게 되었다. 상황은 이랬다.


일본유학박람회 통역요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았는데, 지원 조건에는 전공자, 유학생, 어학연수 경험자 등이 있었지만, 일본어능력시험 N1 이상의 소지자라는 부분에서 나는 해당되었다. 국제교류 업무 경력을 토대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결과, 나는 선발되었다.


전공자도, 유학생도, 어학연수 경험자도 아닌 내가 처음으로 대외적으로 일본어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물론 당일 통역 업무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부스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통역이나 안내 자료에 나와 있는 내용은 설명할 수 있었지만, 유학생활에 대한 상담은 다른 분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비전공자로서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틈날 때 옆에 계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유학생활, 대학원 입시, 일본의 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던 점은 큰 수확이었다.

업무가 끝나고 일당으로 15만 원을 받았을 때,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수능시험 감독 등에서 일당을 받은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비전공자가 일본어 통역이라는 분야에 무작정 도전해 새로운 일을 해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날 나는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평일에 출근하여 주말에 있었던 일을 학교에서 이야기하자, 선생님들의 반응은 놀라움과 부러움이 섞여 있었다. 비전공자가 대외적으로 통역을 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국제교류 업무가 생겼을 때 몇 분의 선생님들이 걱정을 해주셨다.


“국제교류가 쉽게 되는 게 아닌데 잘 될까요?”

“안 되면 선생님만 고생하고 남는 건 없잖아요?”


그분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업무를 수행한 경험은 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소소한 보수도 있었고, 경험 자체가 자산이 되었다. 고생이 마냥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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