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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이유는 없고요, 그냥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프롤로그

by 조슬기

“그냥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말이, 어쩌면 나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이다.


‘교수’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대부분은 ‘전문가’ 혹은 ‘깊이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라고 하면?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나도 그런 평범한 교사 중 한 명이다. 실업계 고등학교, 요즘 말로 ‘특성화고’를 졸업해 지금은 부산에 위치한 공업고등학교에서 전기전자과 교사로 일하고 있다. 다만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내 취미가 ‘자격증 따기’라는 점이다.


“자격증 따는 것이 취미라고요?”


이 말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사실 나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운동이나 드라마, 게임 같은 취미가 있겠지만, 나는 그럴 여건도 시간도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시작했다. 그냥 이거라도 해보자.


공업고등학교 재학 중 처음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 생각보다 성취감이 컸다.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몇 개 더 따게 되었고, 교사가 된 지금은 아예 취미처럼 자격증을 수집하고 있다. 그 결과, 내가 지금까지 취득한 국가기술자격증만 스무 개고, 국가기술자격증이 아닌 다른 자격증도 여럿 취득하였다.

(기사 등급 1개, 기능사 등급 17개, 서비스분야 2개)


물론 국가기술자격증은 기술사/기능장/기사/산업기사/기능사/서비스분야로 나뉘니, 누군가는 “기능사 17개가 대단하냐?”, “그거 따서 뭐에 써먹냐?”고 묻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이렇게 답한다. “심심해서 땄을 뿐입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자격증 많이 가진 ‘진짜 고수’도 여럿 봤다. 다만, 내가 얻은 건 확실히 있다. 그냥 해봤는데, 뭔가 남더라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도 그것이다. “그냥 한번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이, 인생에서 꽤 괜찮은 방향이 되기도 한다.


자격증을 공부하다 보면,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고 나 역시 필기시험만 합격한 채 실기시험을 실패한 종목이 많다. 하지만 그 실패 속에서도 “내가 이걸 왜 못했지?”라는 자극을 받을 수 있고, 결국엔 언젠가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이 글은 자격증 취득의 전략서도, 수험서도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심심한 취미’가 어떻게 삶의 일부가 되었는지를 담은 기록일 뿐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어쩌면 작은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글이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그 정도로만 읽어주셔도 좋다. 당신에게 꼭 맞는 도전이 지금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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