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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왜 계속 하냐고요? 재미있어서요.

자격증 취득은 RPG게임과 닮아 있다.

by 조슬기


“자격증 따는 거 재밌어요?”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다. 내 대답은 늘 같다.

“과정은 반반, 결과는 확실히 재미있어요.”


어떨 때는 새로운 자격증에 도전하기 위해 공부하면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즐겁다. 하지만 공부란 것은 원래 재미없는 것인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이 짓을 왜 하나?’ 싶을 정도로 재미가 없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짓거리를 계속하는 것일까?


RPG 게임을 생각해 보자. 처음에 내 캐릭터는 레벨 1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도 없이 슬라임을 평타로 잡아야 한다. 그런데 슬라임 한두 마리씩 잡다 보면 레벨이 오르고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늘어나고 갈 수 있는 장소도 확장되고 장비도 고급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내 캐릭터는 처음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해진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돌아본다면 과연 게임이 재밌기만 했을까? 아닐 것이다.


어느 순간엔 재밌어서 밤새 해도 마냥 즐겁지만 어느 순간 던전 보스에게 막혀서 도저히 방법이 없어 레벨 업 노가다만 하고 있으면 ‘내가 이 짓을 왜 하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이겨내고 결국 던전 보스를 잡게 되면 보상과 함께 새로운 퀘스트가 주어진다. 게임이 플레이어를 붙잡아두는 방식이 딱 이거다.


나는 자격증 취득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쉬운 내용을 접해 다 알아듣는 자신을 보며 ‘혹시 내가 천재는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가 어느 순간 막혀 그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두 번, 세 번 보면서 ‘내가 대체 왜 이 짓을 하는 걸까?’하는 회의감도 느꼈다가 그 순간을 넘기고 기출문제를 풀어 합격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을 때 ‘내가 합격할 수도 있겠다.’라는 희망을 갖게 되어 시험에 도전하여 결과적으로 최종 합격하여 ‘자격증’이라는 보상을 받게 된다. 생각해 본다면 자격증 취득은 게임과 비슷한 것이다.


지금은 쳐다만 봐도 좋아 죽겠는 애인도 시간이 지나면 안타깝지만 뜨거웠던 마음이 점점 식을 수밖에 없듯 무슨 일이든 항상 즐거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사람들이 ‘왜 하냐?’고 묻는 일이나 ‘재밌겠다.’라고 생각하는 일이나 따지고 보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그저 다른 것이 있다면 내 취미는 하다 보니 자격증이라는 결과물이 나에게 남아서 재미가 쌓인다는 거다. 심지어 일부 유효기간이 있는 자격증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자격증은 유효기간이 없다. 즉, 합격하면 평생 유효하다는 뜻이다.

아무리 직장에서 잘나가는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정년을 맞이하고 직장에서 받은 직책, 직위 등은 모두 반납하고 직장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나오는 순간 직장에서 누렸던 직책, 직위는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격증은 자격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평생 내 것이다. 내 것이 되고, 남 줄 수도 없고, 평생 나만의 무기로 삼는 것.


이게 재미없을 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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