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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어쩔기자
Jun 03. 2019
"너, 조직생활 못 하게 되면 뭐 해서 돈 벌래?"
[우리는 왜 그럴까⑩]
금요일 오후 기자실, 정신없이 기사를 마감하고 있는데 어머니로부터 카톡이 왔다.
가타부타 말도 없이 OO여행사의 동유럽 7박9일 패키지 일정이 공유돼 있다.
'이건 뭐지?'
문득 어머니가 환갑여행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와 남미 여행을 다녀온 지 1달이 지났을까.
평생 공직생활을 하시다 5년 전 퇴직하신 아버지, 그리고 평생 자영업을 하신 어머니.
아버지가 퇴직
한
후 부모님은 마치 ‘여행병’에라도 걸린 듯 매년 해외여행을 떠나신다.
[사진=Pixabay]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얼마 전 동년배 모임에서도 부모님의 환갑여행이 화두에 올랐다.
동년배 기자와 홍보쟁이들의 모임. 풋풋한 20대에 시작한 이 모임은 어느덧 30대 중반을 지났고,
모임 멤버들은 기업에선 과장이, 언론계에선 선임기자가 돼 있었다.
서로 "점점 꼰대 같아진다"고 비웃으며 탈모 예방 샴푸에 대한 정보를 공유
하는
모임.
우리가 늙어가는 속도 만큼이나 우리 부모들은 더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었고,
30대 중반 자식을 둔 우리의 부모는 대부분이 회사를 퇴직하고 환갑 언저리 나이에
황혼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 야, 김 과장 처가 식구들하고 스페인은 잘 다녀왔냐?
김 과장: 하루 종일 운전만 했지 뭐.
김 매니저: 어? 스페인 어때? 나도 남편이랑 부모님 환갑여행으로 스페인 가는데.
김 과장: 야, 남편한테 잘 해줘라. 남편들 불쌍하다.
제 부모, 배우자 부모 할 것 없이 환갑 여행을 준비하는 우리. 이제 환갑에는 여행이 대세다.
이런 주변 모습 때문일까.
요즘 퇴직에 임박한 임원이나 부장급 취재원을 사석에서 만나면 꼭 던지는 질문이 있다.
"퇴직하고 뭐하실 거예요?"
[사진=Pixabay]
김 그룹장은 말한다.
"와이프가 제주도에 땅이 있는데 제주도에 내려가서 농사지을 거예요."
김 실장은 말한다.
"연애소설 쓰고 싶어요."
김 국장은 말한다.
"국회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죽치고 있다가 저녁엔 조용하게 혼자 와인 마실 거예요."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고비 고비를 넘어온 그들의 삶에 비해 퇴직 후 인생설계가 생각보다 소박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조직에 시간을 담보 잡혀 소박한 일상을 뒤로 미루고 숨 가쁘게 달려온 그들의
조직생활
에 종착지를 떠올린다.
직장생활 10년, 내 조직생활의 종착지까진 몇 년의 시간이 남았을까?
조직이 한 평생을 담보해주지 않는 시대.
그래서 부모님의 환갑여행을 고민하는 우리 동년배 모임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너, 조직생활 못 하게 되면 뭐 해서 돈 벌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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