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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쩔기자 Jun 14. 2019

사수 없이 직장 생활에서 성장하는 법

[김 사원은 왜 그럴까⑫]



"그냥 혼자 해요. 일 가르쳐 주는 사람? 없어요. 눈치 보면서 혼자 배우죠."     



김 사원이 말했다.      


어느 날 기업 출입처에서 메일로 보도자료 하나를 받았다. 야마(주제)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는 의미 없는 자료.     

'이런 자료로 어떻게 기사를 쓰라고 보도자료를 뿌렸지?'     


자료문의: 김 사원 XXX-XXXX-XXXX     


뭔가 새로운 내용이라도 있을까 자료에 나와 있는 김 사원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려던 순간,     

기자실에서 다른 기자가 성 난 목소리로 김 사원과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런 자료를 이런 식으로 내면 블라블라블라블라~~~!!! 그런 내용도 자료에 안 넣고 블라블라블라블라~~~!!!"     



[사진=Pixabay]



전화는 20여분이 이어졌다. 얼굴도 한 번 본적 없는 자료 속 김 사원이 가여워졌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김 사원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 안에서 끄집어 낼 내용이 없다는 것이 판단돼 "별 내용 없네요. 그냥 자료 처리는 안할께요"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기사 마감을 하고 휴대폰을 보니 김 사원으로 부터 문자가 와 있었다.      


아침에 전화 통화하고 내내 생각해서 문자했다고.     

아직 홍보 초보라 많이 부족하니 이해해 달라고. 많이 가르쳐 달라고.      


'아, 아침에 통화하고 내내 생각했었구나...'     


김 사원의 문자를 보고 괜히 미안한 마음에 김 사원에게 전화해 함께 점심 약속을 잡았다.      



"얼마 전에 낸 보도자료에 실수를 여러 번 해서 여러번 기자님들께 정정메일을 보냈어요. 상무님이 기자들한테 신뢰를 잃은 거라며 엄청 혼내셨어요 ㅠ "      


입사 2년차인 김 사원, 함께 점심을 먹으며 신참 홍보맨으로서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사진=Pixabay]



김 사원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맨땅에 헤딩하며 굴러먹던 신입 기자 시절이 생각났다.     


학생의 때가 벗겨지지 않은 채 입사한 언론사. 회사에서도 의레 선생님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막 기자가 돼 제대로 기사를 쓰는 법을 알지 못했지만 회사에는 기사 쓰는 법을 1부터 10까지 차근차근 알려주는 빨간펜 선생님은 없었다.      


기자라고 출입처에 출근했는데 어벙한 신참 기자를 출입처 사람들에게 일일이 소개시켜주는 친철한 선배씨도 없었다.      


처음 기자가 돼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지시에 따라 무엇인가 정신없이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출입처 기자실에 덩그러니 앉아 뭘 해야 할 지 몰라 막막하게 앉아있을 때.      


그 와중에 옆 자리 기자들이 타닥타닥 바쁘게 노트북 치는 소리가 들릴 때.      


마치 대학 강의실에서 시험 볼 때 시험지가 배포되고, 시험 시작 알리는 소리와 함께 숨 가쁘게 펜을 갈기는 소리가 주변에서 들리는데 뭘 써야할지 몰라 멍청이 앉아 가슴만 조이는 그런 느낌.      



'선배가 뭘 해줄 것이란 기대를 접자. 내가 그들보다 실력으로 더 높이 올라서자.'   



  

[사진=Pixabay]



출입처에 덩그러니 남겨진 어리바리한 신참 기자에겐 이런 오기가 생겼다.     



용기를 내 사람을 만났고,     


인맥이 늘었고,     


기사가 늘었고,     


기자가 됐고,     


선배가 됐다.     



"홍보팀에 온 지 얼아 안 돼도 업무 담당이 정해져 혼자 책임을 져야 하니 일이 쉽지 않네요."     


김 사원은 말했다.      


일을 더 배워야 하는 신참 직원에겐 일을 가르쳐 줄 사수가 필요하지만, 조직생활에서 친절한 사수씨를 만나긴 하늘에 별 따기.      


그래서 김 사원에게 이런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김 사원님,      


선배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선배들을 넘어서세요.      


돌아보니 선배들, 별거 아닙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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