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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쩔기자 Jul 24. 2019

"워킹맘의 고충, 아이가 몇 살 때 끝이 날까요?"

[김 차장은 왜 그럴까⑭]


    

"이 힘듦은 대체 언제쯤 끝이 날까요?"     



워킹맘 선배 김 차장을 만났다. 김 차장은 얼마 전 1년 넘는 출산휴가‧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로 복귀했다.


애는 셋.     


세상에 아이 셋에 맞벌이라니. 상상이나 가는지.      


아이가 하나 있다. 천사 같은 4살 여자아이.      


아침 어린이집 가는 길.      



첫 번째 고비.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이려 한다. 그런데 잠에서 깬 아이는 '헬로카봇'을 보여 달란다. TV로 헬로카봇을 튼다. 꾸역꾸역 아침밥을 먹인다.      


두 번째 고비.

세수를 하고 옷을 입힌다. 바지는 싫단다. 핑크색 치마가 입고 싶단다. 그냥 핑크색 치마는 안되고 '렛잇고(겨울왕국)' 치마여야 한단다. 푹푹 찌는 여름 날씨. 봄, 가을에나 입는 긴팔 치마에 몸을 넣고서야 등원 준비를 끝낸다.     


세 번째 고비.

우여곡절 끝에 나선 현관문. 집 앞 놀이터가 난관이다. 미끄럼틀이 타고 싶단다. 한동안 씨름하고 어린이집에 도착한다.      


[사진=Pixabay]


그렇게 끝난 아침 전쟁.      



자, 이제 출근할 시간이다.      




그런 아이가 셋이라니...    


"맞벌이하면서 아이 셋을 어떻게 등원시켜요?"     


"아, 남편이 자동차 영업을 해서 시간이 자유로워요. 애 셋 아침밥 먹이고, 다들 먹성이 좋아서 꼭 밥을 먹여야 하죠. 그리고 차에 태워서 차례차례 유치원하고 어린이집에 데려다 줘요."     


"맞벌이 하는데 시댁어른들이나 친청 부모님이 좀 안도와주세요?"     


"둘 까지는 좀 도와주시더니 셋 되시니까 양가 모두 손을 떼시더라고요. 저희도 뭐 둘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 하고 있죠."     



실례했습니다ㅠ  애 하나에 줄줄이 쏟아낸 저의 워킹맘 고충은 투정에 불과했군요.      


[사진=Pixabay]



꿈을 찾겠다며 시작한 직장생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참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난 애 낳아도 절대 일 안 그만둬! 나에게도 꿈이 있어! 아이 삶보다 내 삶이 먼저야."     



그런데 아이를 낳아 키우 일 하면서 뒤늦게 깨닫게 됐다. 이게 네 삶 내 삶 가릴 판이 아니었음을.      



좁은 빌라를 팔고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은데 돈은 없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 대출 빚을 갚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아이가 좀 더 크면 영어도 가르치고 태권도도 가르치고, 악기도 가르치고 싶은데 외벌이로 그 돈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워킹맘 고충이요? 끝나지 않아요. 그냥 힘듦을 받아들이는 거죠."     



김 차장은 애가 몇 살 쯤 되면 좀 편해지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 단호박으로 얘기한다.      



"아이가 크면 그 때 그 때 필요한 것들이 생기는데 그렇다고 워킹맘의 일이 줄어들진 않죠."     



아주 잔인하지만 현실적인 조언.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따뜻한 조언은 해줄 수 없었던 건가요.      


그래도 아이 셋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면 일상이 코미디가 돼 행복하다는 김 차장님.      


결국 그렇게 해피엔딩인 듯 해피엔딩이 아닌 듯 해피엔딩인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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