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쩔기자 Apr 25. 2019

1000억원 버는 게 목표인 증권맨 김 과장

[김 과장은 왜 그럴까⓹]

"저는 1000억원 버는 게 목표에요. 원래 목표는 100억원이었는데 왠지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 높여 잡았어요."


증권맨 김과장, 서울에 20평 남짓 자가 아파트 하나 마련하는 게 꿈인 나와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김 과장은 증권사 상품전략팀에서 근무하며 돈 되는 펀드를 만들고 팔만한 금융상품을 들여오는 일을 하고 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기자 3년차 시절. 기자와 취재원으로 만났지만 서로 비슷한 나이대여서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며 신림동에서 백순대를 먹었더랬지.


7년이란 시간이 지나는 사이 김 과장은 금융정보업체를 거쳐 자산운용사를 거쳐 이제는 증권맨이 돼 있었다. 업계에서 나름 능력을 인정받아 이직에 성공해 연봉도 적지 않을 터였다.


[사진=pixabay]



"와이프랑 맞벌이해서 돈 모아봤자 강남에 수십억원대 아파트 한 채 살 수 있겠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돈을 아주 많이 벌고 싶거든요."



강남 수십억원대 아파트라...감히 꿈도 못 꿔봤는데.



"결혼 전에 와이프가 모아둔 돈이랑 제가 모아둔 돈 모두 '몰방'해서 비상장사에 투자하고 있어요. 업계에서 한 가닥 씩 하는 마음 맞는 형님들도 같이 하고 있죠. 저희 목표는 비상장사를 상장시켜 목돈을 거두는 거에요."



김 과장은 목돈을 굴리는 '형님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인 투자자를 모집할 생각에 중국어도 공부할 참이라고도 했다.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 과장이다.


점심 자리에서 연신 스마트폰을 보며 주가와 카톡에 올라오는 정보를 확인하는 그와 마주 앉으며 가수 이효리가 뉴스 인터뷰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사진=JTBC뉴스 캡처]



"가능한 것만 꿈꾸는 것은 아니잖아요?"



언젠가 삼성가(家)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뻗치기를 나간 적이 있다. 주총 날이었던가, 삼성가 행사날 이었던가.

뻗치기라는 것이 그러하듯 몇 시간 동안 기약 없이 누군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기다림의 장소가 길바닥이 될 수도 있고, 복도가 될 수도 있고.

그 자리에서 쫓겨날 수도 있고, 허탕을 칠 수도 있고.


그날도 3시간 정도를 로비에서 기다리자 드디어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서 광채가 난다"는 동료기자의 '목격담'은 거짓이 아니었다.


경호원들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그를 에워쌌고, 3시간의 시간을 허칠 수 없던 나는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다리는 밟히고, 몸은 치이고.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평화로운 미소를 띠고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지는 그의 뒷 모습을 보며 불현듯 이런 생각을 했다.


'그와 나는 뭐가 다를까?'


[사진=pixabay]


수 조원의 재산을 물려받고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클래스에서 사는 삶.


"돈은 중요하지 않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거야!"

호기롭게 외치며 기자가 됐지만


과연 돈은 중요하지 않을까. 돈이 담보되지 않은 채 과연 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김 과장에게 물었다. "1000억원 다 모으면 일 그만둘 거예요?"



"아뇨, 1000억원 모으고 일은 취미 삼아 할 거에요. 놀면 뭐해요. 일하면 사람도 만나고 정보도 교환할 수 있는데."



불가능해 보이는 김 과장의 꿈.


하지만 가능한 것만 꿈꾸는 것은 아니잖아요?


김 과장님,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