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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쩔기자 May 04. 2019

김 부장의 '환상적인' 스튜어디스 아내

[김 부장은 왜 그럴까⓺]

스튜어디스 애인은 남자들의 로망이다. 그렇다면 스튜어디스 아내는 어떨까?     



"아내는 일 그만두고 싶어하죠. 그런데 제가 못 그만두게 해요. 외벌이로는 힘든 세상이잖아요."     



김 부장은 재계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의 홍보 부장이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국제선을 주로 타는 스튜어디스다.  딱 들어도 두 사람 모두 적지 않을 벌이. 아쉬울 것 없이 누릴 것 다 누리고 살 듯 한 맞벌이 부부.      



"영어유치원 강추해요. 첫째 아들 2년 동안 보냈었는데 둘째 아이도 보낼까 고민 중이에요."     



영어유치원 좋은 줄 누가 모르나요. 단지 돈이 없어 못 보낼 뿐이죠.     


버는 만큼 자식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김 부장이다.      


김 부장의 아내는 해외로 비행 나가는 날이 많다. 아내 없는 집에서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아들 둘을 교육하는 것은 김 부장의 몫이다.      


아빠라고 무시는 금물!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틈틈이 꼼꼼히 아이들을 가르쳐 조기교육 트랜드에 있어선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      


[사진=pixabay]


"아이들은 무엇보다 조기교육이 중요해요. 이게 한 번 뒤쳐지기 시작하면 그 다음엔 따라잡기 힘들거든요. 부모가 직접 내 자식을 가르치는 게 최상이죠."     
"홍보 부장 자리면 술자리도 많을텐데 힘들지 않으세요?"     
"그래서 주로 점심에 사람 만나고 술 마셔요. 어쩔 수 없죠. 와이프는 거의 한국에 없는데 제가 책임져야죠."     



취재차 김 부장에게 전화를 걸면 종종 술 취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던 그의 모습이 불현듯 스쳐지나간다.      



일을 한다. 


남자도 일하고 여자도 일한다. 이 둘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 선다.      


맞벌이를 할 것인가? 외벌이를 할 것인가?     


이 중 여자는 깨닫는다. "아이는 낳았지만 나에게도 꿈이 있어.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따위의 이상적 이야기는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과 육아를 두고 벌어지는 현실     


외벌이. 남들 다 사는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지만 모아둔 돈은 없다. 외벌이론 저축도 힘든데 빌어먹을 대출도 못 받는단다. 지금 삶에 안주하고 싶진 않은데 외벌이로는 도무지 답이 안 보인다.      


맞벌이는 상황이 좀 다를까. 오전 9시에부터 오후 6시까지 일을 해야 하는데 배짱 좋은 어린이집은 죄다 암묵적으로 9시부터 4시까지만 아이를 봐준단다. 상향평준화된 등하원 도우미 비용은 1달에 100만원. 아이가 둘이면 거기에 더블. 일하는 엄마가 느껴야 하는 아이에 대한 죄책감은 덤.



[사진=pixabay]



아무리 고민해도 '노답'인 현실 속에서 결심을 한다. 그냥 아이를 낳지 말고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자.      



"한국에선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만 삐걱거려도 재기가 불가능해요. 외벌이를 하고 있는 데 남편이 큰 병에 걸렸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가족은 과연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까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지 않으면 안돼요. 이곳에선."     



김 부장의 뼈있는 조언이 가슴을 관통한다.      


아, 내 아이는 이제 겨우 네 살인데.      


어쩌나요, 김 부장님.      


정신 똑바로 차리고!     


네 살 조기교육은 뭐 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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