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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쩔기자 Apr 22. 2019

"경력으로 왔으니 능력을 증명해 보여야죠"

[김 위원은 왜 그럴까⓸]

직장에서 혼자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회의 자리에서 '어디 한 번 얘기해 봐. 얼마나 하나 보자'란 눈빛들이 나를 향해 꽂힐 때.      


적성에 안 맞게 살갑게 구는 '척'을 해도 '거기서 스톱! 더 이상 다가오지마.'란 의미를 내뿜고 단답식으로 대답할 때.      


웃고 떠드는 회식 자리에서 동떨어져 앉아 채워지지 않는 빈 잔을 바라볼 때.      


직장생활 8년 만에 회사를 이직하고 딱 그런 심정이었다.      



"경력으로 왔으니 내 능력을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죠."     



공공기관에서 정보를 캐는 대관 업무를 하다 로펌 자문위원으로 이직한 김 위원은 말한다.      


[사진=pixabay]


김 위원을 처음 만난 것은 기자생활을 시작하고 3년차 되던 해였다. 취재원을 대하는 것이 어색하기만 한 햇병아리 시절.      


그에게 "근천데 차나 한 잔 하자"는 전화를 받을 때면      


'아, 오늘은 만나서 무슨 말을 하지?' 긴장돼 가슴이 뛰었던 기자 풋내기 냄새가 풀풀 풍겼던 시절.      


6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그를 다시 만났을 때 난 취재원을 다루는데 좀 더 뻔뻔해져 있었고,     

그는 더 이상 공무원 신분이 아닌 잘 나가는 로펌의 고액연봉자로 거듭나 있었다.      



"저야 잘 풀린 케이스죠. 일단 연봉이 2~3배는 뛰었는걸요. 기사 나오는 회사 차도 쓸 수 있고 비서도 나와요."     



로펌에서 그의 임무는 자신이 속했던 조직과 관련된 사건을 수임 받으면 자문을 해 주는 일이다. 그와는 별개로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살려 대관 업무도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던 때가 떠올랐다.      


[사진=pixabay]


대학을 졸업하고 2년간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하며 수십 건의 자소서를 썼고, 서류에서 줄줄이 탈했다.      


'아, 내가 이 정도로 가치 없는 사람이었나.'      


대학 수업, 아르바이트, 여행, 연애, 사랑...어느 한 순간도 치열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는데. 면접에서 "치열하게 연애하느라 학점이 낮았습니다."라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입사 관문을 지나고 끝날 줄만 알았던 나 자신에 대한 '가치 증명'은 직장 생활 내내 이어졌더랬다.      


스스로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 동료들의 무대 뒤 퇴장.      


정규직이 되지 못한 인턴 동료부터 자기보다 높은 자리로 승진한 후배를 보고 스스로 짐을 싼 선배까지.       


가치 증명의 관문 관문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해 조직에서 살아남은 난 10년 전에 비해 가치 있는 사람이 됐을까.


 

     

"기업 관련 수임을 따오면 그 수임료가 수억에서 수십억원이에요. 그런 정보만 미리 알아내 회사에 전달해 주면 편히 발 뻗고 일할 수 있지 않겠어요? 억대 연봉 받는 마당에 내 가치는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죠."     



수억원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선 얼마만큼의 노력을 해야 하는 건가요?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 상상이 안 되지만 말입니다     


김 위원님,      


술자리에서 그 능력 한 번 증명해 보이시죠? 전 꽃등심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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