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건네는 질문 8.
대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인 그 사나이는 '로또' 5억 원에 당첨됐어. 그것도 회사에서 그에게 직접 건넨 로또였지. 로또를 긁는 데는 딱 하나의 조건이 있었다. 회사를 나가는 것.
그는 그 로또를 긁기로 했다. 책임질 가족이 없어 선택이 어렵지 않았지. 그는 회사에서 주는 돈을 챙겨 고향 상주에 짐을 내려놓고 동유럽으로 가서 콘텐츠 관련 일을 하겠단 소소한 꿈을 품기 시작했어.
오늘은 대기업에 근무하는 취재원과 점심을 먹었다. 아주 오랜만에 마주 앉은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얘길 전해 들었다. 다음 주에 일을 그만둔다는 얘기였어.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15년 이상 근무하거나 55세 이상인 직원들에게 5억 원의 퇴직금을 준다는 거야. 게다가 회사를 나가는 직원들에겐 아이들 학비까지 지원해 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꺼내 들었지.
이래서 사람들이 대기업, 대기업 하나 봐. 회사를 내보낼 때도 주머니를 두둑히 챙겨주니 말이야.
"회사가 직원들을 얼마나 내보내고 싶었으면 이렇게까지 주나 싶어요."
그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젊은 시절, 그는 기자 일을 했고 혼자 영상 카메라 하나 들고 축구선수 박지성을 따라 영국까지 날아갔다. 프리랜서 기자로 영상 기사를 만들어 방송국에 팔았던 그때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어.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대기업으로 이직했고 지금까지 일을 해 왔는데, 50대에 접어들어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 거야.
회사에서 말하는 '효용가치'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조직은 효율을 최우선으로 하고, 이 효율은 AI만 한 게 없지.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점점 질 좋은 일자리는 줄고, 양질의 일자리를 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거야. 이미 그런 시대가 우리 앞에 도착해 버렸는지도 몰라.
이런 시대에 네가 스스로 밥벌이를 하기 위해 난 너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까?
조직이 더 이상 평생을 보장해 주지 않는 시대. 월급이란 매개가 만들어낸 안정감은 어쩌면 착시일지도 모른다. 언제든 효율을 위해 조직은 나를 버릴 수 있지. 그러니 결국 중요한 건, 조직 밖에서도 서 있을 수 있는 너만의 경쟁력이겠지.
네가 성인이 돼 내 곁을 떠날 때, '어떤 회사에 들어갈까'라는 좁은 세계에 갇히지 않았으면 해. 네가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하는지를 조금 더 일찍 고민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어. 그 질문의 답을 찾는 여정 옆엔 나도 있긴 있을 텐데 내가 크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어. 나 역시도 아직 그 답을 찾지 못 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