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초라했던 날들

by 즐겨버킷

살면서 가장 초라하고 부끄러웠던 순간을 떠올리면, 그날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던 그 날. 더 이상 예전의 나는 없었다. 출산 후 변한 몸, 늘어난 고무줄 바지에 감지않고 대충 묶은 머리, 축 처진 가슴과 불룩하게 나온 배.

너무도 내 모습이 싫던 그 날. 아이의 친구 엄마를 마주쳤다. 그 엄마는 내가 한때 꿈꾸던 모습 그 자체였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정돈된 머리, 세련된 옷차림, 우아함과 여유가 묻어나는 말투까지. 그녀는 내가 되고 싶었던 그 자체였다. 일을 하며 커리어를 쌓고, 육아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이 너무도 부러웠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녀의 지식과 교양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화적 트렌드부터 최신 뉴스, 경제 흐름까지 그녀는 모든 걸 꿰뚫고 있었다.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웃는것 외에는 아무말하지못했다. 육아에 치여 내 삶에서 중요한 모든 것들이 잊힌 채, 그저 세상과 멀어진 고립된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이에게만 몰두하며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육아까지 완벽한 그 분과 비교되어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내가 원했던 삶은 이게 아니었는데, 아이만을 위해 자신은 없어진 삶은 내 꿈이 아니었다.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되돌아 보며, 묻기 시작했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뭘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었던 걸까?”

우아하고 강인했던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의 화려함과 우아함은 외모만이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엄마에게 처음 끌린 건 그녀의 외적인 모습이었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과 여유가 매력적이었다. 이런 모습의 우아함을 갖고 싶었다. 외적인 모습에만 신경 쓰기보다는 내면을 가꾸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날 이후, 아침마다 거울 앞에 서서 긍정적인 말로 하루를 시작했다.

"너는 소중한 존재야. 너는 멋진 엄마야."

이렇게 나를 다독이며, 잊고 지냈던 내 꿈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남들과 나를 비교하지 말자.

남들에게 완벽하게 보이려 노력하지 말자.

그들의 말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와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 갔다.


아침 마다 5분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도 해보고, 모닝페이지도 썼다.

눈을 뜨자마자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에서 흰 종이에 생각나는 모든 것을 적어 내려갔다. 고민거리도, 즐거운 기억도, 그 순간 떠오르는 모든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쏟아냈다. 그렇게 조금씩 돌아볼 시간을 만들었더니, 점차 자기 객관화가 되기 시작했다.

예전의 부끄럽고 초라했던 순간들이 오히려 나를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더 이상 그 엄마와 나를 비교하며 나를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
부끄럽고 초라했던 그날의 기억은 진짜 나를 세상밖으로 나오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언젠가부터 남들 앞에서 작아졌던 내가 다시 당당해지기 시작했다.

3년정도 지나니 나는 달라졌다.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너무도 부족한 글일지라도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하며, 계속해서 나아가기 위해 나를 쓴다. 나를 기록 한다. 나는 더이상 부끄럽고 초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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