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환경을 통제하려 애쓰는 것보다, 내 자신을 통제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고, 안정적이다. 시장 상황, 타인의 결정,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은 아무리 전략을 세워도 손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오늘 내가 무엇을 할지, 언제 집중하고 언제 쉬어야 할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그 자신을 통제하는 일조차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메시지 알림,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의욕의 기복 같은 사소한 요소들이 하루의 흐름을 쉽게 무너뜨린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하나의 모험처럼 즐길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듯, 하루를 게임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면 계획은 통제가 아닌 즐거움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의 계획을 확인하고, 정해진 일정과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클리어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 결과가 단순한 체크 표시가 아니라 기록으로 남아, 나중에 다시 읽어볼 수 있는 ‘모험 일지’처럼 쌓인다면 계획된 하루의 성취도와 만족감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기존의 습관 관리 앱들, 예를 들어 Habitica 같은 서비스는 분명 참고할 만한 사례다. 다만 이 경우 습관 체크라는 본질 위에 게임 요소가 덧붙여진 느낌에 가깝다. 캐릭터나 아이템이 존재하지만, 실제 사용자의 하루 흐름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기보다는 장식적인 요소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느껴진다.
교육 분야에서는 듀오링고가 훨씬 인상적인 사례다. 언어 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명확한 철학을 바탕으로, 학습의 효과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릴 수 있지만, 적어도 사용자가 매일 앱을 열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짧은 학습을 끝냈을 때의 보상, 연속 학습 기록, 가벼운 성취감은 하루에 작은 행복과 뿌듯함을 남긴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하루의 계획을 시간축 위에 배치하고, 그 위에서 모험이 발생하는 구조다. 오전 업무는 몬스터로 등장하고, 미루기 쉬운 사소한 일들은 작은 퀘스트가 된다. 사용자는 하루라는 던전을 깨듯 일정을 수행하거나, 몰려오는 업무를 디펜스 게임처럼 막아낸다. 하루가 끝나면 오늘 어떤 몬스터를 쓰러뜨렸는지, 어떤 구간에서 실패했는지가 자연스럽게 기록으로 남는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일정 관리와 습관 관리 도구는 그 자체로 충분한 매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핵심은 기능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사용자가 자신의 하루를 어떻게 ‘경험’하게 만드는가에 있다. 나는 이런 도구가 자기통제를 스스로 하기 어려운 유저들에게 하루를 계획대로 즐겼다는 경험을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