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에서 시작한 AI 플랫폼 도전기 16화
웨비나 시작부터 끝까지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대표님이 회의실에서 "AI 플랫폼 만들어보자"고 하셨을 때, 나는 솔직히 회의적이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웹에이전시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 새로운 프로젝트 제안이 종종 나온다. 그중 절반은 흐지부지되고, 나머지 절반은 예상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깨닫고 축소된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L이라는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제작 수강생이었던 그는 자신의 사업 실패 후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AI 플랫폼의 강사가 된다는 게 처음엔 이해가 안 갔다. 강의 경험도 없고, 사업 실패의 상처도 있는 사람에게 웨비나를 맡긴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대표님은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것 같다. 기술이나 경험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첫 미팅에서 L이 "웨비나가 뭐죠?"라고 물었을 때, 나는 속으로 웃었다. 세일즈의 끝판왕이라는 웨비나를 모르는 사람이 웨비나를 진행한다니. 하지만 매주 미팅을 할 때마다 L이 달라지는 게 보였다. 처음엔 단순히 AI 도구 사용법에만 관심이 있던 그가, 점차 마케팅을 이해하고,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전체적인 비즈니스 플랜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L이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안 좋았을 때다. 대표님이 "망해도 괜찮다"고 하셨을 때 L의 표정이 확 밝아지는 걸 봤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니까 오히려 자유로워진 거였다.
그 이후로 L의 작업 속도와 퀄리티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 결국 사람을 성장시키는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인 것 같다.
가장 놀라웠던 건 신청자들의 연령대 분포였다. 당연히 2030 중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4050이 60%를 차지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생각해보니 당연한 결과였다. 젊은 사람들은 이미 AI를 어느 정도 써봤거나 구글링으로 해결한다. 하지만 4050은 훨씬 더 체계적으로 쉽게 배우고 싶어 한다. 마케팅에서 타겟을 정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우리가 생각한 타겟과 실제 타겟이 완전히 달랐으니까.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깨달은 건, 기술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거였다. AI 도구들도 점점 쉬워지고 있고, 웹사이트 구축이나 결제 시스템도 이미 검증된 방법들이 있다.
진짜 어려운 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600명 넘게 신청한 사람들이 모두 AI 도구 사용법이 궁금해서 온 게 아니었다. 뭔가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싶어서, 뒤쳐지고 싶지 않아서,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 때문에 온 거였다.
특히 설문조사에서 "손자한테 뒤처지고 싶지 않아요"라고 답한 60대 분의 말씀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진짜 중요한 건 그 도구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지였다.
서버 다운 사건은 정말 식은땀이 났다. 200명 넘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결제 시스템이 터진 거였다. 그때 L이 침착하게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위기 상황에서 진짜 성장한다는 걸 느꼈다.
사실 트래픽 부하 테스트를 미리 해봤어야 했는데, 그걸 놓쳤다. 하지만 실패한 덕분에 배운 것도 많다. 다음번엔 절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러셀 브런슨의 웨비나 퍼널을 회사 내부적으로만 했을때 반신반의했다. 기존 회사 시스템으로 인해 잘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가지기는 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정말 효과가 있었다. 특강 당일 매출과 3일 후속 판매가 거의 비슷했다. 사람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중요했다. 당일에는 충동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워하던 사람들이 며칠 후에 신중하게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강압적인 판매가 아니라,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제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편했다.
웨비나가 마무리 되기는 했지만, 사실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결제한 수강생들과 6주간 실시간 수업을 해야 한다. L도 이제 진짜 강사가 되어야 하고, 나도 플랫폼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다. 한 번 경험해봤으니까 뭘 준비해야 하는지 알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L이라는 동료가 있다. 처음엔 웨비나도 모르던 그가 이제는 200명 앞에서 당당하게 발표하는 강사가 됐다.
변화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새로운 도구를 배우는 것보다, 기존의 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함께할 사람들이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었을 일이었다. 대표님의 과감한 결정, L의 성장 의지, 그리고 600명이 넘는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 이 모든 게 만나서 만들어낸 결과였다.
웹에이전시에서 일하면서 이런 경험을 할 줄 몰랐다. 단순히 홈페이지 만들고 유지보수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AI 시대라고 해서 모든 게 기계가 대신해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것 같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로 무엇을 만들어낼지는 결국 사람이 결정하는 거니까. 앞으로 어떤 일들이 더 벌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경험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하는 게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