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는 어떤 단어가 좋았어?
요즘 우리 집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3학년이 된 아들이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알파벳이 그려진 교재를 펴고, 따라 읽는 소리에 하루가 시작되기도 하고, “엄마, 이건 무슨 뜻이야? “라는 질문에 저녁이 늦게 끝나기도 한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저 즐겁게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이 혼자 앉아 영어 단어를 외우며 입술을 깨물고 있는 걸 보았다. 작은 손으로 연필을 꼭 쥐고, 외워지지 않는 단어에 답답해하는 그 표정을 보니 마음이 아릿했다.
‘처음’이란 언제나 어색하고 낯설다. 나도 그랬다. 첫 직장, 첫 발표, 첫 아이. 늘 긴장했고, 종종 실수했고, 그 속에서 나도 조금씩 자랐다. 아들의 지금도 그런 시간일 것이다. 영어는 그저 공부가 아니라, 세상과 마주하는 또 하나의 창문이니까.
그래서 요즘은, 영어 단어 하나를 외웠다고 무조건 칭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묻는다. “오늘 어떤 단어가 제일 재밌었어?”, “이 문장, 그림으로 그려보면 어때?” 이해하려는 마음을 말보다 먼저 건네고 싶다.
아들이 영어를 통해 외국어뿐만 아니라 ‘낯선 것과 친해지는 법’을 배워가길 바란다. 그리고 나 역시 그 곁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또 한 번 배워간다. 조급하지 않게, 부드럽게, 같이 자라 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