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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sh Apr 14. 2022

부장님은 왜 회식을 좋아할까?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제한되었다. 하지만 회식을 하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나와 비슷한 연차의 사람들은 사실 회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서서히 느슨해지는 코로나의 위험성 때문에, 단체 회식은 아니지만 친한 선배들과 3명 혹은 4명이서 회식을 한 적이 있다. 그 자리가 정말 즐거웠다.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 회사 선배라는 느낌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형들과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웠다. 그러면서 동시에 왜 선배들이 회식을 좋아하는지 몇 번의 자리를 경험하며 생각해보게 되었다. 




첫 번째, 결혼한 사람의 자유는 적다.

보통 회사의 선배들은 유부남(녀)이다. 그런 선배들은 친구들을 만나기가 어렵다. 집에 기다리는 아이와 형수님(남편)이 있는데 친구를 만나고 간다는 것은 굉장한 위험을 무릅써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약속이라는 것은 나 혼자 하는 취미가 아니다. 만나고 자하는 사람도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동시에 되는 날은 확률이 굉장히 희박하다. 하지만 회사 회식은 보통 형수님(남편)들이 이해해주는 편이다.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은 회식이라는 명분이 있는 시간뿐이다.


두 번째, 서서히 친구들과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는 비슷한 환경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각 회사의 분위기도 다르고 우리가 접하는 사람의 성향도 전부 다르다. 서서히 친했던 친구들을 만나도 공통으로 말할 수 있는 주제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가장 무난한 주제는 아무래도 경제나 정치 이야기뿐이었다. 하지만 회사 사람은 어떨까? 우리가 집보다 오래 있는 공간에 있던 이야기는 말하면 끝이 없다. 부르는 용어, 현재 상황, 지칭하는 사람, 윗사람에 대한 비난, 모두 설명할 필요 없이 이해하고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편하다. 


세 번째, 어른들은 외롭다. 

회사뿐만 아니라 매년 지날수록 인간관계가 좁아지는 것을 느낀다. 회사 일, 자기 자신을 가꾸고 관리하는 일, 부모님, 주변 지인들을 챙기기도 너무 바쁘다 보면 서서히 인간관계가 좁아진다. 집보다 오래 생활하는 회사에서도 입사 초반에는 동기들도 많고 커피를 마시며 떠들 수 있는 비슷한 사람들이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진다. 퇴사하는 사람, 승진을 먼저 해서 더 이상 동기가 아닌 사람, 그리고 일하다 보니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 등 매해 인간관계가 줄어드는 게 체감이 된다. 하물며 윗사람들은 어떨까. 하루에 잡담조차 하기 어려워 보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나이가 먹고 위로 갈수록 사람은 외로워진다. 





나 또한 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전에 다니는 회사에서는 매 회식마다 건배사를 준비해야 했다. 회식을 가기 전부터 '오늘은 어떤 멘트를 해야 할까' 매번 고민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건배사를 할 때, 우리의 건배사 내용은 듣지도 않고 그저 건배를 외치며 한잔 하시던 어른들을 보며 '이런 거 왜 시킬까' 했었다. 몇 잔 먹고 나면 조용히 앉아 있다가 셔틀을 타고 집을 가야 한다는 명분으로 도망가듯 회식 자리를 빠져나갔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나와 비슷한 연차의 사람들은 자유가 있다. 언제든 친구를 만날 수 있고 시간을 낼 수 있다. 회사 사람들과 회식하는 것보다 친구와 저렴한 것을 먹더라도 그게 좋다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은 어른들에게 친구는 회사 동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라는 인간관계의 풀이 변한 것이다. 그리고 회사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이야기하고 싶은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우리 MZ세대도 머지않아 외로워지고 회식을 하면서라도 이야기하고 집에 들어가고 싶은 날들이 생길지 모른다. 역으로 어른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지금의 어른은 미래의 내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나는 술자리라고 선배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건배사를 시킨 적은 없지만 이제는 하더라도 아무 말이나 하고 그저 웃고 넘어갈 생각이다.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사는 이야기, 취미, 서로의 사소한 고민들을 이야기하면서 상대를 이해하는 시간으로 생각한다. 평가받는 입장으로 회식을 참여하기보다는 내려놓고 인간적으로 다가간다면 앞으로 자주 생길 회식자리가 나와 비슷한 연차 사람들에게 모두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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