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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sh Jul 17. 2022

회사생활, 새옹지마

미생 일기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도 실력이다. 


정말 바쁘게 일하며 살고 있었다. 점심도 짧게 먹고 점심시간에도 보통 일을 하고도 밤 9시~10시 퇴근을 매일 하는 나날이었다. 그렇게 나의 일도 모두 소화하기 힘든 날이 이어지던 중에 리더가 나와 내 동기를 불렀다.


"이번에 중요한 회사에 설명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둘 중에 누가 해볼래? 해보고 싶은 사람이 하는 걸로 하자"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원래 있던 회사에서 관련된 일을 했던 경험이 있었고 위에서 말한 회사는 정말 중요한 회사임으로 이번 기회에 일해보는 것도 좋고 무엇을 했다는 이야기를 어필하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업무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소화하기에는 하고 있는 일들도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 일을 받아서 내가 완벽히 집중하고 깔끔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고민을 했던 시간이 몇 초 되지 않았지만, 내 동기가 먼저 "제가 해보겠습니다"라고 말을 꺼냈다. 리더도 별다른 말 없이 "그럼 이거 네가 해봐. 잠깐 설명해줄 테니 내 자리로 와" 하고 자리로 함께 갔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조용히 내 자리로 돌아와서 내 업무를 진행하였다. 


내가 하는 업무들도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저렇게 확 눈에 띄는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걸 넘겨줘야 할 회사는 정말 중요한 회사였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번에 맡아서 한다면 다음번에도 그 회사의 문의는 동기가 가져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자리에서 내 일을 하는데 선뜻 나서지 못한 내 자신이 바보 같았다.


'일이 많아도 이런 기회를 잡는 게 실력인데 왜 고민했어. 어차피 지금 하는 일은 당연히 나의 일이고 저렇게 새로운 일이자 좋은 일은 내가 기회를 잡는 건데 참 바보 같네. 차라리 늦게라도 하겠다 하고 동기랑 서로 달리 해볼 테니 좋은걸 리더가 택해달라고 어필해보자. '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에 꼭 이야기해서 나도 그 일을 받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또 막상 아침에 출근하니 그렇게까지 하는 게 옳은 일일까, 한 가지 일을 두 명 이해서 경쟁까지 해야 할까,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할 일들을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쉬움이 너무 남아서 이걸 리더에서 말하는 것이 맞을지, 그냥 참는 게 맞을지 지도선배에게 커피 마시면서 의견을 물어보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너무 바빠서 정신없던 찰나에 파트장 바로 아래 과장님이 나에게 오셨다. 나의 지도선배가 만들었던 아이템에 대해서 보고서를 좀 써달라는 것이었다. 이 보고서는 관련 유사상품들 부서에 모두 뿌려지는 것으로 저년차가 쓰는 보고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다.



'위에 일은 놓쳤지만, 그럼 이 보고서 쓰는 것을 최선을 다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주말까지 나와서 짧은 시간 내에 보고서를 완성시켰다. '지도선배가 나를 믿고 이번에 자신이 만든 아이템에 대해서 보고서 쓰라고 기회를 주신 것 같다. 좋은 선배님을 둬서 기회가 이렇게 생긴 것 같아서 동기에게 뺏긴 기회가 그렇게 억울하지 않네'라고 생각했다.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듯이, 


 내 동기가 하게 된 일은 며칠 뒤에 상대 회사에서 굳이 필요 없다고 합의가 되어 없던 일이 되었다. 그 친구도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 며칠 밤을 늦게 퇴근하며 준비했는데 아쉽게 되었다. 내가 만약 그것을 욕심내서 했다면 안 그래도 많은 업무에 그 일까지 스트레스가 심했을 텐데 이렇게 무산되면 허무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다른 보고서를 쓰게 기회를 준 지도선배에게 감사했다.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 지도선배를 찾아갔다. 그런데 이 상황을 그는 알지 못했다. 


"나 바빠서 신경도 못썼는데, 그거 네가 한 건가?" 


상황을 알고 보니, 사실 내 지도선배도 나에게 보고서를 쓸 기회를 준 것이 아니라 보고서 관리하는 과장님이 해보라고 주신 것이었다. 바빠 보이는 선배를 배려하여 과장님이 나에게 지도 선배 일을 넘기신 것이고 나는 지도 선배가 나에게 기회를 준 것으로 착각했고 놓친 기회를 다시는 놓치기 싫어서 열심히 했던 것이었다. 별생각 없이 주신 일이 나에게는 다시 놓치기 싫은 기회가 되어 열심히 일을 하게 된 사건이었다. 


새옹지마라는 말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잘 맞는 말이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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