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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sh Dec 17. 2022

일 년간 평가는 B

22년의 끝

2022년 , 한 해의 마무리


올 한 해를 돌아보며 리더들에게 내가 했던 일을 어필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업적 보고를 위해 PPT 작성을 하기 시작했었다. 남이 보는 것은 부끄러워서 모두 퇴근한 9시쯤 작업을 시작했었다. 한해의 했던 일을 기록한 엑셀 파일을 열어서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많이 했었다. 그동안 했던 일들에 대한 장면이 모두 머리를 스치며 그때의 감정이 생각이 났다. 혼났던 기억, 좋았던 기억 모두.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인 나였지만 정말 많은 일을 해서 놀랐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눈물이 울컥했었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 안 했었다. 그런데 기록을 보고 돌이켜보니, 생각보다 힘들었을 텐데 무덤덤하게 내 마음을 감추고 앞만 보고 달려온 느낌이 들면서 스스로 연민이 들면서도 대견스러웠다. 그러자 흔한 직장인 표현으로 '광팔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더 과하게 표현하고 싶지도 않았고 못했던 부분을 포장하고 싶지도 않았다. 담백하게 적고,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11월부터 시작된 1년간 업적에 대한 복기,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어필하는 시간이 지났다.

오늘 오전 나의 리더와 면담을 진행하였다. 


* 평가는 S/A/B/C : B는 평범함이다. 


" 평가는 B야. 잘했어 "

" 아닙니다 " 


" 억울해? " 

" 아닙니다 "


" 누가 S나 A 받는지 알아? 7~8년 차 되는 이런 사람들이 받는 거야. 잘한 부분은 알겠지만 업무를 잘 처리한 것과 스스로가 업무를 핸들링하는 것은 다른 거야. 그래도 모두 너를 좋게 생각하고 평판이 좋아. 올해는 아쉽겠지만 B야. 내년에는 무겁더라도 저런 일을 스스로 맡아서 해보는 기회를 잡게 될 초석을 올해 만들었다고 생각해 생각해 " 

" 네 " 


" 할 말 있니? 평가가 마음에 안 들거나 이건 좀 의견이 필요하다 있을까?" 

" 아니요 없습니다. 오히려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은 부족한 것도 맞습니다. 연차도 낮고 지금 제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어쩌면 욕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게 생각해주시는 것도 감사합니다. 좋은 기회를 충분히 많이 주셨어서 덕분에 제가 조금이라도 낮은 연차에도 빛을 볼 수 있어서 주변에서도 평판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 


" 긍정적으로 생각해줘서 고맙네, 억울한 일도 많이 일어날 텐데 의지가 꺾이는 일도 많을 거야 "

" 네 그래도 지금은 꺾이기보다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 


" 내년에는 조금 더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일해보자 " 

" 네 감사합니다. " 



면담을 마치고 사실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리더의 말이 틀리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 겸손하게 생각해보면 기회를 많이 주었던 선배들과 리더들의 결정이 있었기 때문에 많이 빛을 보게 되었고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항상 지금 나의 리더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이기적이고 걱정, 두려움이 많은 동물로 설계된 것일까. 

마음의 선과 악이 싸우기 시작했다. 다양한 생각들이 나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었다. 


인생은 장기전이니까, 길게 보면 올해는 좋은 평판을 쌓았고 내년에 기회를 잘 잡아보자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성장할 기회가 올해 많았고 그런 기회를 살렸다 생각하자

일희 일비 하지 말자. 했던 것처럼 꾸준히 하자.

인생은 새옹지마, 지금 일이 나중에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니 올해 잘 받았으면 내가 거만해지거나 주변에서 시기를 받을 수도 있으니 더 겸손하게 생각하자.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빛나는일, 흔히 광파는 일을 해야 할까

중요 루틴 업무를 문제없이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안 되더라도 혁신을 외치면서 이것이 혁신 업무라고 바꾸면서 거짓말을 해야 할까

어쩌면 열심히 해놓고 그들이 나를 알아봐 주길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이었을까

저년차에 좋게 받기 어렵다면 그냥 일찍 퇴근하고 자격증이나 다른 것을 준비하고 연차가 좀 차면 그때 열심히 해서 받는 게 영리한 행동일까

23년에도 똑같이 이렇다면 이게 흔한 말로 가스라이팅일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빠르게 퇴근했다. 오늘 하루 기분이 좋으면서도 나빴고 나쁘면서도 좋았다.

참 복잡 미묘한 감정.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놓인 위치에서 후회되지 않도록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결과도 언젠가 잊혀지며 덤덤해질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의연하게 대처했다는 오만한 태도를 방지하고 싶어서 당시의 상황과 나의 솔직한 감정을 적어본다. 오늘 나는 생각보다 힘들었고 생각보다 행복했다. 




2022년 , 모든 직장인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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