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타, 생각보다 너무 쉬웠다

유로스타 타고 런던에서 파리까지

by 집사가 되고싶다
St Pancras International (유로스타 역) 2층에서 바라본 유로스타 플랫폼


런던에서 살면서 수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그 중 못해봤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유로스타 체험(?) 이었다.


남들이 흔하게 경험하지 않는..심야 코치나 일반차를 타고 파리에 가봤지만 왜 흔하디 흔한 유로스타는 한 번도 타보지 않았을까.

이미지 출처: google map

유로스타 타러 가는 길.


만약 UNDERGROUND로 유로스타를 타러 이동한다면, King's Cross (St pancras) 역에 내려서 복잡한 지하도를 지나 출국 수속하는 곳까지 약 10분 정도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버스나 우버, 택시를 타고 간다면 위 지도에 그려진 두 원 중간 위치에 내려서 왼쪽 건물로 가야 St Pancras International 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미지 출처: google map street view

좌측의 멋드러지게 서있는 레드브릭 건물이 St pancras International, 우측의 둥근 아치형의 유리창과 가운데 시계탑이 솟아 있는 건물이 King's Cross 역인데, 두 건물을 볼 때마다 양쪽의 이름을 바꿔주고 싶다는 뚱딴지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이곳이 기차역인지 쇼핑몰인지 잠시 잊게 만들정도로 수많은 상점들이 늘어서있다. 그런데 그 갯수만 어마무시 할 뿐, 런던에서 하루이틀 체류했던 여행객이라면 관심갖고 구경할만한 곳은 거의 없다. (물론..개취 & 케바케)



나처럼 파리로 떠나기 전 배고픈 자, COSTA, NERO, 스벅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가 아닌 제대로 된 MEAL을 즐기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에스컬레이터나 LIFT(엘리베이터)를 타고 1st level로 올라가야한다. Ground level (1층)에는 가볍게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샌드위치나 베이커리들이 있다면, 1st level (2층)에는 샌드위치 보다는 훨씬 비싸지만 영국식 PUB FOOD나, 이탈리안 등 말 그대로 서양식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있다.


*제대로 = 맛이 보장된 완전 오리지널 정통이라기 보다는, 샌드위치가 아닌 제대로 된 한 끼 식사.

레스토랑 메뉴를 꼼꼼히 살펴본 뒤,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BETJEMAN ARMS라는 곳에서 PUB FOOD를 먹기로 했다. (잉글랜드를 떠나는 자의 바람직한 메뉴 선택)

리조또와 피쉬앤칩스.

일단 나는 피쉬앤칩스 성애자이기 때문에 어느 곳을 가든 그곳에 피쉬앤칩스가 있다면 무조건 주문하고 본다. 아내는 쌀이 먹고 싶었는지..크림 리조또. 일반 펍에 비해 2~3파운드씩 비싼 가격이었는데 다행이 맛이 괜찮았다. (PUB 내부에 유로스타 출발 안내 모니터가 있어서 기차 관련 정보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드디어 유로스타 수속하기


런던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배부르게 해결한 뒤 수속을 위해 다시 G level로 이동했다.

기타를 타고 해저터널을 지나 영국에서 프랑스로 이동하다니..이 날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경험인데.. 늘 '세상 참 좋아졌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로스타를 타고 출국하는 여행객은 Departures 방향으로.

유로스타는 국제선 비행기와 다르게 기차 출발시간 1시간 전에 역에 도착해도 수속이 가능하다. 더 일찍 와서 빠르게 수속을 마쳐도 대기실 안에서 할 꺼라곤 숨쉬는 것 밖에 없다. (숨쉬면서 화장실까지 다녀온 1인)


수속은 생각보다 너무 간단했다. 뭔가 이것저것 찍어뒀다가 나중에 올려야지! 라고 생각했던 나의 계획과 달리, 비행기 타고 외국 한 번 나가본 사람이라면, 아니 제주도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아무 탈 없이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웠다.


유로스타 e-티켓에 찍힌 QR코드


1) 먼저, 출력해온 e-티켓이나 일반티켓에 QR코드를 확인

2) 교통카드 찍듯이 개찰구 화면에 QR코드를 1~2초 정도 스캔

3) 공항 국제선 타듯 보안 검색대 통과

4) 출입국 심사 (여권 확인)

5) 대기실로 이동

QR 코드를 스캔해야 하는 개찰구 (노란색 화면에 스캔)

개찰구를 빠져나오면 바로 보안 검색대가 나오는데, 여긴 웬만한 공항 보안 검색대 이상으로 검색이 철저했다. 아무래도, 비행기나 선박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것 보다 상대적으로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유로스타이기 때문에 조금 더 수화물 보안에 신경쓰는 게 아닐까.


수화물 검색이 끝나면 곧바로 Passport Control이 나온다. 포커페이스 아저씨가 여권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무사 통과. 씨익 웃는다. 나도 세상 어색하게 씨이익.

드디어 대기실에 도착.


좁디좁은 대기실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딱히 앉을 자리도, 앉고싶은 마음도 없었기에 대기실을 휘이 둘러보는데, 런던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WHSmith와 NERO가 이곳에도 있다. 그리고 가운데 화장실을 두고 베이커리도 하나 있다. 즉, 너무 급해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은 수속을 마치고 샌드위치나 빵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


곳곳에 위치한 모니터에서 플랫폼 정보를 확인하다가 안내 방송이 나오면 사람들이 좀비처럼 동시에 우르르 이동하기 시작한다. 플랫폼 정보는 생각보다 늦게 나왔다. 거의 탑승 직전에 나오기 때문에 어디서 대기해야 조금이라도 빨리 플랫폼으로 올라갈 수 있는지 알기란 쉽지 않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 사람들이 각자의 유로스타를 향해 이동한다. 뒤에 보이는 상향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플랫폼으로 올라가는데, 에스컬레이터 입구 부분에 플랫폼 넘버가 적혀있다.

여느 기차역과 다를바 없는 유로스타 플랫폼. 그리고 유로스타 기차.

낑낑 거리며 캐리어를 옮기는 아내 뒤에서 사진이나 찍고 있는 나는....


내부로 들어가볼까?


역시 KTX나 일반 기차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굳이 장점을 찾자면..머리 위.짐을 넣는 선반이 이중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손가방, 배낭 등을 쉽게 보관할 수 있다는 정도?

객차와 객차 사이 수화물 보관하는 곳을 보는 순간.. 왜 사람들이 플랫폼 방송을 듣고 좀비처럼 우르르 서둘러 올라갔는지 알 수 있었다. 역시 멀쩡한 사람도 좀비처럼 움직이게 만드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한정된 수화물 보관선반.

그리고 흘러 넘치는 캐리어들.


기차가 조금이라도 커브길을 달리면 바퀴달린 캐리어들이 자기들끼리 신나서 도르르도르르 돌아다닌다.

객차 사이를 이동할 때, 손잡이를 한 번 '딸깍' 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물론 닫히는 것도 자동이....겠지??)


화장실은 비행기 화장실과 비슷. 직접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바닥에 있는 검은 원을 밟아야 세면대에서 물이 나온다고..



유로스타 좌석은 90도 직각 의자에 두꺼운 쿠션만 덧댔기 때문에 (비주얼은 나름 괜찮..)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다. 그래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서 카페 객차(식당차)에 갔는데, 사진속의 아저씨가 나를 보자마자 대뜸


"코리안? 안녕하세요!" 라고 말했다.


아~아~ 대한민국



메뉴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기차역에서도, 대기실에서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파운드 동전이 남아도는 사람들을 위한 크고 작은 메뉴가 가득. 물론 나와는 상관없지만 맥주, 와인 등 다양한 음주도 가능했다.

특이한 점은, 열차 안에서 런던-파리-브뤼셀 도심투어 버스 티켓을 판매한다는 것. 그리고 대중교통 패스도 구입할 수 있었다.



드디어 파리에 도착


런던 발 유로스타가 도착한 곳은 파리 북역 (Gare du Nord 가레 드 노르드)


"라빠옛! 마젠따! 가레드 노르드~"

(어느 버스 안내방송에서 나온 멘트인데, 아내와 저 멘트를 흉내내고 꺄르르 거리며 파리 밤거리를 걸어다니던 추억을 잊을 수가 없어서..)


역에 도착하는 순간, '아...파리에 왔구나...'를 실감하게 된다. 사방에서, 공기에서, 색깔에서.. 그 모든 곳을 통해 실감하게 된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뭐라 표현할 순 없지만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2시간 전에 떠난 런던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다.



파리 북역에서 택시 타기

쉽지않았다.

아니 택시를 타는 방법이 쉽지 않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불법 택시(?)를 방지하고 여행객들을 택시 승하차장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은 정말 잘 마련되어있다. 다만, 그 안내가 너무 신속정확한 탓에 대기중인 택시보다 수십배 많은 사람들이 택시 승차장으로 동시에 들어가고, 그 줄에 합류하는 순간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려야한다. (양쪽이 철로 된 바로 막혀있어서 캐리어를 들고 뛰어넘지 않는 한 대열 이탈 불가)


우리는 최소 50대 이상의 택시를 보내면서 우리 차례가 올 때까지 약 30분의 시간을 추위에 떨면서 대기해야 했다.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 택시는 온다.

그게 50번째 택시든 60번째 택시든..

우리도 긴 기다림 끝에 택시를 타고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진짜 파리를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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