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추억팔이라는 걸 한다옹 2
간만에 냥그립 모드로 영쿡 추억팔이를 좀 했더니 아직도 그 추억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게다가 요즘처럼 날씨도 춥고 집 안에만 갇혀 있어야 할 때는 집사 꼬득여서 밖에 나가 뛰어놀던 그 때 그 시절이 얼마나 그립던지.. 한국에서는 야외 산책은 커녕 바깥공기 킁킁 했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옹.
물론 쉽지않지. 솔까 나도 한국에서 살 때만 해도 내 삶에서 저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 비행기타고 11시간 날아오면서 '아 이제 냥세상 다 끝났구나.. 나 어디로 팔려가는 거 아닌가..' 별 생각을 다했는데, 글세 저 나라는 그냥 냥이 천국이었다옹. 날씨 좋고 집사가 집에 있는 날, 그리고 그 집사라는 녀석이 개념 미달에 좀 덜떨어진 애가 아니라면 바깥 산책은 언제든지 가능했거든. (내 집사는 최소 생각은 할 줄 아는듯)
먼저.
1. 날 좋은 날 창가에 앉아 고즈넉히 창 밖을 바라본다옹.
2. 집사 녀석이 다가올 때 까지 포지션 유지 (필수)
2-1. 집사 녀석을 그윽하게 바라본다. (속으로는 욕해도 됨)
3. 집사가 "네 알겠습니다! 제가 눈치가 좀 없어서..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창문을 열어준다. (만약 반응이 좀 늦다 싶으면 ㅈㄹ병 한 번 보여주면 효과빠름)
4. 집사녀석 맘 변하기 전에 냅다 뛰어 나간다옹. (이게 중요함. 괜히 자존심 세운다고 나갈까말까 고민하는 척 하면 집사 놈들이 센스없게 다시 창문을 닫더라고. 하여튼 인간들이란 부족하다옹..)
5. 여기저기 킁킁 냄새 좀 맡으면서 기분전환 좀 하고,
은근슬쩍 직선주행 가능거리까지 이동.
그리고는 집사한테 눈길 한 번 스윽 주고 냅다 뛰기 시작한다. 이 때 중요한 건, 이것도 집사의 센스와 좀 관련있는건데 (다행히 우리 집사는 그런면에서 뇌가 아예 멈춰있진 않은 것 같다옹), 집사가 그 자리에 멀뚱멀뚱 서 있는 게 아니라 뒤에서 쿵쿵쿵 돼지 발자국 소리내면서 나를 추격해줘야 내 발바닥에 땀도 좀 나면서 뜀박질 할 맛이 난다는거!
음..
사실 뭐 따지고 보면 내가 불쌍한 집사 밖에 데리고 나와서 운동 한 번 시켜주는거지 뭐.. 냥인생 뭐 있냐옹? 불쌍한 집사한테 나라도 신경 써줘야지..
안됐잖아?
인간으로 태어나서 내 똥이나 치우고 밥그릇 설거지 하면서 살아야한다는게. 게다가 꼬리도 없고, 계절마다 옷 산다고 옷 값도 많이 들고..대출도 받았다던데..또 왜 멀쩡한 발 네 개 두고 두 발로 불편하게 다니는지..참.. 생각 할수록 가엽다옹.
애니웨이
그렇게 한바탕 뛰 놀고나면 어떻다?
냥피곤하다
엘레강스 냥라이프에
꿀잠낮잠냥잠 빼면 인생 뭐있냥?
여기서 잠깐 (많은 것이 부족한) 우리집사 깨알 개인기 자랑 하나 하자면, 얘가 손길이 좀 부드럽더라고. 그래서 한껏 뜀박질에 지친 나의 심신을 달래주는데 우리 집사 토닥토닥 개인기 만한 게 없다옹.
마지막으로 귀엽게 아기처럼 곤히 잠든 나를 침대로 옮겨 놓는 것 까지 마치면, 비로소 집사 녀석이 밥값 했다고 할 수 있지.
아 옛날이여
그립도디그립도다옹
저렇게 뛰어 놀 수 있었던 환경도 그립지만, 그것보다 더 그리운건 저렇게 활달하게 뛰어 다녔던 그 때 그 시절의 내가 그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