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름 미용시키기 대작전
이구름은 자타공인 털뭉탱이 대마왕이다.
단묘종인 나도 소싯적에 털 좀 날린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이구름 저녀석은 당췌 비교불가 털뽐뿌 최강으로, 같이 사는 내가 견디기 힘들 정도.. 평소 걸어다닐 때도 털을 흘리며 다니는데, 새해들어 뭐 그렇게 신나는 게 많은지 매사 그냥 흥이 가득. 한 번은, 내가 참다못해 이구름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방 안에 단 둘이 있을 때는 우다다 좀 자제하고, 집사녀석들 있을 때만 뛰 노는건 어때?"
하지만 이구름은 내 제안에 눈하나 깜빡 안하고 시도때도 없이 털을 뿜어대며 뛰어다니기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나간 이구름 녀석이 우리 남집사가 그리 아끼는 목도리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장면을 포착했다.
그 목도리로 말할 것 같은면..집사가 영쿡 생활할 때 여집사한테 선물 받은 목도리로, 잘은 모르겠지만 엄청 아끼는 거고, 추억도 꽤 많이 묻어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구름, ㅇㅅㄲ 딱 걸렸어!!'
상대의 위기가 나에겐 기회라고 했던가.
평소 저 목도리를 정말 좋아했던 남집사라는 걸 알았기에, 내 작전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먹혀들어갔다.
그렇게 순진한 집사는 나의 계략에 넘어갔고, 곧바로 여집사와 이구름 미용 한 번 시켜야하지 않겠냐는 대화를 하는 걸 들었다. 때 마침 여집사도 평소 고양이 털 때문에 눈과 코가 가려운 것 같다는 말을 꺼냈고, 여집사를 끔찍히 아끼는 남집사는 그 날 바로 이구름의 미용을 결심하게 되는데..
이구름은은 그렇게 곧바로 이동장에 실려나갔고, 해질녘이 다 되어서야 뭔가 멘탈이 탈탈 털린 모습으로 돌아왔다.. (솔까 좀 귀엽더랬다)
나는 그렇게 이구름 털 깎이기 작전이 별 탈 없이 성공했다고 믿었고, 이제 털뭉탱이 털 날릴 걱정 안하고 기관지 좀 편하게 지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