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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사가 되고싶다 May 28. 2018

고양이 풀뜯어먹는 소리 들어봤냐옹?

집사들이여 당장 캣그라스를 재배하거라 


내가 요새 소화가 잘 안된다고 집사한테 냥스테리 좀 부렸더니 이놈이 밖에서 희안한 통을 하나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자기에게 며칠만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그 요상한 통을 뜯어서 물을 붓더니 며칠동안 창 밖에 세워두는게 아니겠냐옹?



이따위껄로뭘어쩌자는거냥


화장실에 부어도 시원찮을 모래 따위에 물을 붓고 광합성을 시키다니..집사는 참 하등하다. 

어째 저렇게 하등할까.. 라는 생각을 3일 동안 했는데..


그런데 이게 웬냥걸??


집사가 방치해놓은줄 알았던 모래따위에서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창문에 막혀 냄새를 맡을 순 없었지만.. 이건 분명 먹음직스러운 캣닢이..캣그라스가 분명했다!  



집사놈 손에 묻은 냄새를 통해 유추하건데, 이건 레알 갓 자라나기 시작한 디오리지날냥프레쉬 캣그라스였다. 


저 파릇파릇하게 자라나는 한입거리 캣닢들을 보고 있자니..

안되던 소화도 잘 되는 것 같고..아니 그 반대인 것 같기도 하고..

 

저녀석들이 자라나기 시작하자 냥 하루 일과의 시작과 끝은 저 창문 너머로 쑥쑥 자라는 캣닢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저 녀석들을 언제쯤 한입  하고 베어먹을 수 있을까..  


머릿속엔 오직 이 생각뿐.


일주일정도 지나가 연두색 잎은 어느덧 초록색으로 변하고, 

그 길이도 너무 많이 자라서 조금 더 있으면 장첸 머리처럼 한줄기 두줄기 흘러내릴 것만 같은데..



이 망할 집사놈이 갑자기 캣그라스를 저렇게 방치해놓고 여행을 가버렸다....



미천한 인간 표현중에 이런 게 있었지..


그림의 떡...


미련한 집사가 저걸 저렇게 방치해놓고 여행을 다녀온 사이, 캣 그라스는 내 눈 앞에서 하루가 다르게 자라났고, 결국 저렇게 곱슬 풀린 펠라이니 머리처럼 중력의 힘을 거스르지 못했다.


'망할 집사놈.. 날 놀려먹으려고 일부러 그런걸꺼야.. 틀림없어.. 지능적인ㅅㄲ...'




집사가 돌아오자마자 나는 미친듯이 집사를 꾸짖었다. 그 땐 정말 미쳤었다. 

미쳐야만했다. 하등한 집사를 길들이려면 가끔 그래야 했다. 


집사가 무릎꿇고 사과하며 죄송하다고 울고짜고 아주 그냥.... 


아무튼.

이놈의 집사가 깊게 반성했는지, 다음날 아침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준비하더라.



캣그라스 통째로 조공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신성한 (신선한 아니고) 향이 나길래..에이 꿈인가보다옹 하고 다시 잠들었는데..

이런 바람직한 집사놈이 창밖에서 하늘거리던 캣그라스를 통째로 들고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겠냐옹?! 

지난밤, 내가 너무 심했나 싶기도 했지만, 일단 캣그라스에 동공지진 일어난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집사놈은 그걸 또 서프라이즈라고..걸어 들어올 때부터 영상으로 찍어놨다..)


http://tv.kakao.com/v/386234618


쩝쩝쫩쫩 쩌업쩌업 쫘압쫘압


이렇게 캣그라스를 미친듯이 뜯어먹고 집사 칭찬을 좀 해줬더니, 

이제 이 캣그라스 씹는 게 일상이 됐다. 나는 요새 하루에 한 번, 최소 이틀에 한 번씩 캣그라스를 먹는다. 


집사놈도 칭찬 받고 싶겠지..지가 더 잘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http://tv.kakao.com/v/386234671


냥이들이여!
일어나라! 
그리고 집사에게 외쳐라!

집에서 캣그라스를 재배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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