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지에서 수집해온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by 집사가 되고싶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유독 시선이 많이 머물렀던 곳이 있다면 건물도, 사람도 아닌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였다.


누군가


왜?

라고 묻는다면 딱히 내놓을 대답은 없다.

그냥

자연을 보고 하늘을 보는 게 좋았으니.


굳이 이유를 만들어보자면,

특정 지역의 특정 건물과 조각 등은 오랜 시간동안 그 곳에 존재해 왔거나 앞으로 존재하게 되겠지만


내가 어느 순간 바라본 하늘과 자연의 모습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마치 한 번도 동일함의 반복을 허락하지 않는 시간과 같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물론,

그 바람과 빛, 물결이 만들어 낸 하늘과 바다의

가변적인 모습은 그 곳에 움직이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자리잡은 건축물이 함존재함으로써 더욱 부각되지 않을까.


Germany

the seaside nearby Graal-Müritz - the north end of Germany


the seaside nearby Graal-Müritz - an old couple


unforgettable sunset


저렇게 칼로 자른듯이 날카로운 수평선을 본 건

처음이었다.


저 당시에는 해변에 누워 바다 너머로 지는 석양과

정말 말 그대로 코발트빛으로 빛나는 바다를 보며

황홀함에 취해 있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1492년 콜럼버스 이전항해사들이 왜 수평선 너머 낭떠러지를 무서워해

먼 바다로 나아가지 못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


a small town in Ribnitz

아주 아름다운 마을. 구 동독 시절의 모습,

아니 그보다 훨씬 이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

말로만 듣던, 오후 5시 이후에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1층 응접실에 환하게 불이 켜지며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길가에 새어나오는 그런 마을.




그런 경험을 해본적 있을?


해가 지는 해변에 누워있고, 시간이 흘러 내 시선이 머물러 있는 해변쪽은 이미 해가 지고 짙푸른 하늘에 수 천개의 별들이 드리웠지만 고개를 뒤로 젖히면 저 멀리 서쪽으로 서쪽으로 이동중인 태양빛의 흔적을 좇을 수 있다.


지는 해와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이동한다면

결코 밤'이란 것을 만나볼 수 없겠구나.



France

Basilique du Sacré-Cœur in Paris

카크레쾨르 대성당.

흔히 말하는 몽마르트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대성당이다.


지금 당장 파리행 비행기를 타고 12시간 뒤 파리에 도착해도 카크레쾨르 대성당은 지난 100년 이상 그래 왔듯이 위풍 당당한 모습으로 몽마르트 언덕을 지키고 있겠.


하지만

그 옆에 떠 있는 원형 모양의 구름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


the peak of a mountain in Chambery


프랑스 동쪽 끝에 위치한 작은 마을 샹베리.

스위스 국경과 접하고 있는,

동화에나 나올 법한 알프스 마을이다.


주변이 평균 해발 3,000m 이상의

알프스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에서

며칠간 트레킹을 했다.


6시간, 7시간 이상 산을 올라 그렇게 높아보였던 뭉게 구름들이 내 앞에 떠있고 늘 올려다 보기만 했던, 비행기 배출가스가 만들어 낸, 하늘의 스케치가 나와 동일 선상에 있는 그 순간을 느끼는 순간.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만약 소로 태어나야 한다면 나는 알프스 산자락에서 목에 주먹만한 방울을 달고 살아가는

저 소들 중 한 마리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Mont Blanc

해발 4,800m 이상의, 유럽에서 가장 높은 알프스 산 중 하나인 몽블랑.

저 멀리 구름을 뚫고 솟아있는 봉우리들이 몽블랑이라고 한다.


무조건 정상을 향해 질주하고 질주하는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물론 삶의 방식도.)


하지만

그 등반의 끝에 주어지는 것들이


개미보다 작아서 더 이상 움직임조차 파악할 수 없을만큼 의미 없어진 사람과 자동차.


각종 소리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대기중의 불규칙한 소음 덩어리가 아닌

왼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

그리고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

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소리.


만년필에서나 만나봤던

눈 덮힌

해발 4,000m의 몽블랑의 봉우리라면..


다시 또 올라보고 싶다.


그립다.


해발이 높아질 수록 눈에 띄게 가늘어지는 식물과 나무의 잎파리를 보는 재미가.


산등성이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거나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건강하고 맛있어 보이는 알프스 소들. 골짜리마다 울려퍼지는 은은한 방울 소리도.


그립다.



Italy

베니스에서 내리쬐는 햇볕은

너무 뜨거웠다.


뭐랄까.


베니스라는 도시가 얼마나 튼튼한 오존층과 얼마나 깨끗한 대기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태양이 뿜어내는 빛이 아무런 여과도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내리꽂는 듯한 느낌이랄까.



몽마르트 언덕 카크레쾨르 대성당 옆에 둥실둥실 떠 있던 한 덩이의 구름이 바람 따라 대기 따라 유유자적 흘러다니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러 일주일 뒤 베니스로 내려오는 모습.


이라고 말하면

too much 일.


망토를 걸친 해마 구름.


지금은 어디에 있을.


a bird shape cloud in Bolzano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에서

동북쪽으로 올라가면

Bolzano 라는 지역이 있다.


그곳을 여행하던 중

우연히 만난 새 모양의 구름.


얼핏 보면 바로 윗 사진에 있는 몽마르트에서 베니스까지 흘러 왔다고 하는(믿거나 말거나)

그 구름의 어미구름 정도 돼 보다.


겉 모습은 대단히 날렵하고 빨라 보이지만 사실

저 형태를 잃고 실줄기처럼 흩어지기까지는 수십 분의 시간이 흘렀다.


덕분에 도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은 소중한 경험다.

그리고

그 소중한 경험을 더욱 의미있게 만들어 주는 건 여행의 순간을 튼튼하게 포장해줄 수 있는 사진이 아닐까.


한 번 사진이라는 자물쇠에 갇힌 순간 절대 도망칠 수 없다. 잊혀질 수는 있지만 그 사진을 꺼내드는 순간 그 당시의 장면은 다시 살아난다.


여행을 하며 만났던

수 백, 수 천 가지 모습의

구름과 하늘, 그리고 바다.


지금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사진 속에는 그 모습 그대로 멈춰있다. 가끔은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살짝 움직여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그대로 멈춰있다.




유럽 각지에서 수집해온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이야기는 아직 남아있다.


다음에는

스위스, 덴마크, 스페인, 영국에서 만난

하늘과 땅, 바다. 그리고 약간의 조형물로

과거 추억팔이 놀이를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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