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지에서 수집해온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ll

by 집사가 되고싶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여행 중 만났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덴마크, 스위스, 스페인에서 수집한 사진과 함께


이제 먼 과거가 된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려고 한다.





Denmark

벌써 6년이나 시간이 흘렀다. 2010년 여름. 그러고보니 정확히 6년 전.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다"

라는 자기 최면에 빠져 취업고민, 학점고민, 일상고민으로부터 비겁하게 도망쳤다.


그리고 유럽 배낭여행의 출발점으로 자전거를 타고 독일과 덴마크 여행을 시작했다.



덴마크.

아무런 부연 설명없이 '덴마크'라는 단어만 봐도 그곳은 뭔가 대단히 한적하고 평화로울 것 같았는데

실제로 덴마크는 대단히 그러한 곳 이었다.


물론 자전거로 여행했던 지역이 Falster 라는 작은 섬이였기 때문에 그 한적함은 극에 달했다.

저렇게 멋진 뿔을 가진 사슴이 튀어나온다면..자전거를 옆에 세워두고 몇 시간이라도 기다려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야영장에 도착해야하는 자전거 여행의 불리함(?)으로인해 하염없이 큰멋진뿔왕사슴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아주 전형적인 한적한 교외의 모습.


스마트폰, 구글맵 등이 일반화되기 이전에 배낭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표지판과 지도의 중요성을 알고 있겠지. 불과 몇 년 전이지만, 길 위에서 이정표를 만날 때마다 대지도 뒤에 붙여놓은 지역 세부지도를 꺼내 나의 위치와 목적지를 확인하는 반복되는 행동은 배낭여행의 필수요소였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걸음을 멈출 수 있는 휴식시간이기도 했다.






Switzerland

Lac Leman 으로 추정되는 광활한 호수


여행도중 세컨드 카메라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스위스에서 찍은 사진이 몇 장 남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기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던 몇몇 장면은 남아있었다.


그리고 이 세 장의 사진만으로도 내가 느꼈던 스위스의 청량함을 되새기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최소 2km 이상 넓게 펼쳐진 해바라기 들판. 싱싱한 해바라기 얼굴 하나하나 살펴보고 싶은 마음에 달리는 열차 창문에 달라붙어 뒤로뒤로 넘어가는 해바라기 속도에 맞춰 고개를 수십번 왔다갔다 했던 기억.


이 사진을 바라보니 6년동안 까맣게 잊혀졌던 그 바보같은 나의 모습이 기억난다.


초록색과 하늘색

그리고 조금 다른 초록색과 하늘색

그리고 조금 더 다른 초록색하늘색.


스위스는 그런 색으로 가득한 곳 이었다.






Spain

view from the Montjuic

몬쥬익 (언덕)은 스페인 역사적으로도 (부정적으로) 상당히 의미있는 곳이지만


몬쥬익 (언덕)에서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딴 황영조 선수 덕분에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파리에 가면 몽마르트에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듯 몬쥬익에 오르면 바르셀로나의 다른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Port de Barcelona

몬쥬익에서 내려다본 바다 위에 대형 크루즈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을 발견하곤 산을 내려와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크루즈가 들어올 때마다 수 천명의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시내로 유입되는 모습은 생각보다 꽤나 큰 구경거리 였다.


아주 잠깐, 나도 고급 크루즈를 타고 바르셀로나에 막 도착한 부자 관광객인냥 그들 대열에 합류해봤지만 나에게는 타고 갈 버스도 데리러 온 택시도 함께 할 일행도 없었기에 엉터리같은 놀이는 금방 끝나버렸다.




바르셀로나(특히 해변가)는 어딜 가든 음악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길거리에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이 한 가득.



바르셀로나는 도시 자체가 축제인 곳이다. 적어도 우리같은 관광객이 모이는 곳은 도시가 축제 그 자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무언가 진심으로 즐기고 그것에 대한 열정을 보이고 있다.


단지 그곳에 있는 것 만으로도 그런 열정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처음 만난 개들마저도 열정적으로 뛰어노는 곳.

그곳이 바로 내가 느낀 바르셀로나.





여행을 다니며 틈틈이 사진을 찍고 일기장에, 메모장에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곤 했다.


지금은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행의 기록은 노트위에

여행의 사진은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여행 도중에 인터넷을 할 기회가 생기면 그 기록을 어딘가에 남겨두곤 했다.


가끔은 의무적으로 인터넷 카페에 가야했고 가끔은 여행의 기록을 이메일로 옮겨 적는 등, 당시에는 배낭여행 도중 그런 행동이 꽤나 불편했는데..


하지만 그 당시 그런 불편함을 이겨내지 않았다면 6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새벽 2시가 넘은 이 시간에 어두운 방 안에 혼자 앉아 그 당시의 사진과 기록을 살펴보며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날 수 없었겠지.




저 당시 조금씩 불편함을 감수하며 했던 행동들이 6년이 지난 지금, 추억팔이를 통해 나의 소소한 즐거움거리가 되어주듯, 지금 이렇게 시간을 들여 남겨놓은 나의 기록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를 미래에 살고 있을 나에게


지금처럼 과거를 회상하고 즐기고 맛볼 수 있는

작은 즐거움거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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