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비비큐가 하고 싶었다규!

30대 부부, 서울을 떠나 타운하우스로_4

by 집사가 되고싶다


우리 부부는 영국에 잠시 거주한 적이 있다. 런던에서 잠깐, 그리고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이동하는 외곽의 작은 마을에서 잠깐. 그 때 우리는 자의 반 / 타의 반 정말 많은 BBQ파티를 했는데, 함께 어울렸던 분들이 나보고 비비큐 전공이냐는 농담을 할 정도로 불을 많이 피우고 고기도 많이 구웠다.


셀 수 없이 많은 비비큐 중, 아직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리 단 둘이 즐겼던 공원 BBQ.

차도 없던 시절, 테스코에서 일회용 비비큐 장비와 각종 음식을 잔뜩 사서 공원으로 향했고, 우여곡절 끝에 어쨌든 우리는 알콩달콩 꿀이 흐르는 비비큐를 즐겼다.


스크린샷 2018-05-04 오전 8.44.11.png 사진을 찾아보니 2014년 6월이었다. 런던의 Burgess Park에서.


이 때는 정말 힘들게 고생하면서 살았던 시절이다. 특히 모지리 남편 공부시켜보겠다고 1파운드 1파운드 아껴가며, 아내가 정말 고생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윗 사진 당시의 비비큐 추억이 우리를 지금의 타운하우스 생활로 이끌었는 지도 모르겠다.

꽤 과장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우리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행복했던 저 날의 이야기를 많이 했고, 언젠가 우리 둘만의 비비큐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가자..! 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으니.




다시 시작이다!

KakaoTalk_Photo_2018-05-04-08-36-07_63.jpeg 또 다시 시작된 우리 둘만의 비비큐 놀이


우리가 이곳에 이사온 건 작년 11월.

짐 정리하고, 추위에 정신 못차리며 살다보니 1월이 됐다. 그리고 우리는 비비큐 그릴을 샀다 (응?;;;)


말 그대로 우리는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추운 날씨에 비비큐 그릴을 구매했다. 그리고 2월부터 테라스에 나가서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영국에서의 그 날을 떠올리며 서로 마주보고 키득키득 웃었다.


KakaoTalk_Photo_2018-05-04-08-36-08_79.jpeg


요새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테라스에 나가서 불을 피운다. 숯도..우리 둘이 비비큐를 한 100번은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량 수급해뒀고, 혹사 당한 2인용 그릴 하나는 벌써 수명을 달리했다.


이웃이 뭐라고 하지 않냐고?


비비큐를 하면 어마무시한 양의 연기와 냄새가 피어오르고, 가끔은 바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불냄새, 고기 냄새가 우리가 사는 단지를 뒤덮을 때도 있다. 그래서 이웃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 여기까지 들어왔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고기냄새불냄새 가득이라니..


아주 민감한 문제이다.


다행인건, 우리는 이웃을 잘 만나서 서로 비비큐 장비를 빌려주며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타운하우스까지 들어와서 살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다들 알게모르게 마음속에 테라스 비비큐에 대한 로망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사실 아직 모든 세대가 입주한 게 아니라, 그건 잘 모르겠지만..적어도 지금까지는 괜찮다. 가끔 우리집이 아닌 다른 집에서도 테라스 비비큐를 하는 소리나 냄새가 난다는 건, 누군가 우리처럼 비비큐를 즐기고 있다는 것일테니.




이제 바야흐로 봄.


우리의 마음속 장바구니에는 이미 새로운 2인용 그릴이 담겨져 있다. 요새 가장 즐거운 일상 중 하나는 아내와 함께 하는 비비큐. 그리고 그 비비큐를 위해 마트에서 장을 보는 순간이다. 비비큐비비큐. 이제 봄이 왔고, 해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 그럼 우리는 또 테라스에 나가 우리만의 비비큐를 하겠지.


그리고,

언젠가 기회를 만들어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초대해 BIG BBQ를 해보고 싶다. 우리가 영국에서 초대 받았듯이, 우리도 누군가를 초대해서 마음을 다해 소소한 파티를 즐기는 거다.


음악도 듣고,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누고, 그런 날은 술 못마시는 나도 왠지 맥주 한 모금 정도 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캬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양이는 햇볕을 좋아한다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