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서울을 떠나 타운하우스로_9
모든 타운하우스가 그렇진 않겠지만,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이곳은 밤이 되면 주변이 가공할 정도로 조용하다. 바로 옆 산에서 소쩍새 울음 소리라도 잠시 멈추면 그야말로 우주에 떠 있는 듯한 고요함.
소리가 없다는 건, 주변에 빛이 없다는 것과 어느정도는 비례하지 않을까. (실제로 아직 우리 단지에는 가로등도 없다...)
그래서,
이 고요하고 조용하고 어두운 밤이 좋다며 매일같이 테라스에 나가서 널부러지는 나를 위해 소소한 선물을 했다. (결국 내가 내 용돈으로 나한테 선물 했다는 말이다..)
술 한 모금 마시지 못하는 나에게 텅 빈 와인병이 선물일리는 없지.
작년이었나. 광명시에 있는 어느 카페에 갔더니 빈 유리물병에 와이어 조명을 집어넣고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언젠가 테라스나 베란다 같은 공간에 저런 반짝반짝 유리병을 세워두면 이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마침 와인을 좋아하는 아내님께서 맛있게 끝내고 하사해주신 와인병을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두었다. 그리고 내 빅피처의 완성을 위해
인터넷에서 질렀다!
쨘-!
전구를 찾아보려고 인터넷을 여기저기 찾아보니 태양열 와이어 전구가 있더라. 길이도 5m정도 되고, 새끼손톱 1/3정도 되는 전구들이 자그마치 100개나 달려있다. 심지어 방수에, 마음대로 구부러지기까지...!
마침 전구가 도착한 날이 야간당직이었던지라.. 일 마치고 새벽 1시에 테라스로 나갔다.
아 그 때의 그 설레임이란...+_+
처음에는 와인병을 원형으로 배치해봤다가, 울타리에도 걸어봤다가, 눕혀도보고..별 시도를 다 해봤는데 그냥 저렇게 일렬로 세워놓고 병 당 전구 5-10개씩 넣어둔 게 가장 이쁘더라.
백색 전구 말고, 크리스마스 트리에나 어울릴법한 알록달록 전구도 있는데,
이건 이렇게 병 하나에 넣어놓고 거실에 비치(?)해두었다. 테라스에 저런 게 수십 개 좌르륵 세워져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조잡스러워 보일 것만 같다.
심야테라스에 반짝이 와인병들이 생기고 난 뒤,
요새는 아내에게 와인 소비에 좀 더 분발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 심지어 난 마시지도 못하지만 마트에 갈 때마다 저렴이 와인을 막 카트에 담는다.
아내가 와인을 더 많이, 더 자주 마셔서, 더 반짝반짝 빛나는 와인병이 더더더 늘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