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설치한 3m 가정용 수영장

30대 부부, 서울을 떠나 타운하우스로_11

by 집사가 되고싶다

37도, 38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미친 날씨.


지난 주말 아내가 잠시 외출한 사이,

예전부터 미루고 미뤄왔던 수영장 설치를 드디어마침내결국 해보기로 했다.


아내가 귀가했을 때, 꽃무늬 수영복 차림으로 "써프라이즈~" 하고 수영장과 함께 반길 마음 한가득 장착한 채.


광고1도 아님.


가정용 수영장은 다 거기서 거기겠거니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주문을 하려니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았다.


브랜드는 인텍스와 베스트웨이를 두고 오랜 고민을 하다가 가격 말고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좀 더 저렴한 베스트웨이로 결정.

모델은..1.5m (길이) 부터 3m까지 다양하게 고민을 하다가 이왕 하는거 두발 뻗고 누워볼 수 있는 걸로..3mx1.5m 선택.

타입은..(하아..수영장 하나 사는데도 비교하고 선택할 게 정말 많구나..)

폴 대를 세우고 외벽을 붙이는 타입과 흔하게 볼 수 있는 에어튜브 등 몇 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수영장의 묘미는 푹신푹신한 벽에 기대어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맛이라는 나의 주장을 선뜻 받아준 아내님 덕분에 내가 원했던 에어튜브형으로 결정했다.



배송된 지 꽤 지났지만 현관에 방치돼 있던 수영장과 부속품 박스를 테라스로 가지고 올라가서 하나둘씩 열어보니, 곱게 접힌 고무냄새 가득한 튜브와 발펌프(수동), 그리고 수영장 커버(덮개)가, "야 이놈아 ㅅㅂ 도착한지가 언젠데 박스를 이제 열어보냐"고 투덜거리며 해 떨어지기 전에 빨리 시작하자고 나를 재촉한다.


자동이 아닌 수동 발펌프를 꺼내며 저 커다란 수영장에 수동펌프로 공기를 넣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일까.. 내심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그닥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입으로 불거나 손으로 펌핑하는 것보다 공기 주입량이 훨씬 커서 그런지, 저 커다란 에어튜브를 완충(?)하는데 10분 내외..


지금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10분동안 발펌프질만 했다는건데..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지만 우려했던 것 보다는 시간이 적게 걸린 건 사실.


우리가 구입한 모델은 3개의 튜브가 3층으로 각각 분리되어 있어서, 1층-2층-3층 공기 주입구가 따로 있었다. 나는 3층부터 주입해봤는데, 균형+바람이 어느정도 주입됐는지 확인하기에는 1층->2층->3층 순서로 공기를 넣는 게 더 좋은 방법 같아서, 다음부터는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



각 층에 에어를 충분히 주입하고 나면 왼쪽의 모습처럼 빵빵하게 균형 자리잡힌 수영장이 완성된다. 수영장은 완성 됐는데 물이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저 멀리서 호스를 끌어다 물을 채우는데, 1.5m 사이즈에 물 채우는 시간이 1시간-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던 걸 감안하고 인내를 가지고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물은 내가 채우는 게 아니라 호스가 채우는 거니까, 수압을 최대로 틀어놓고 튜브 안에 넣어둔 채 잠시 주어진 자유시간(?)동안 빨래와 청소, 빨래 널기와 비치베드 설치 등등등등, 많은 것들을 하고 다시 테라스로 돌아왔는데..한시간 정도 지났나? 물이 아직 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3시간 걸릴 각인데..'


무한긍정 에너지를 한껏 발휘하며 추가 자유시간(?)이 생겼음에 감사해 했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화분에 물 흠뻑 주고, 커피 한잔 마시고 고양이 화장실 치우고 올라오니 물이 절반 이상 차 있었다. 아내가 돌아올 때가 됐는데, 생각보다 조금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


'뭐? 장난해? 내가 만만해?' 라고 온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속으로 힘껏 외치고 나서,


조금이라도 신선하고 차가운 물이 담긴 수영장을 제공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수압을 낮추고 수영장을 커버로 살짝 덮어두었다.

(수영장 커버는 사진과 실물 퀄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났다. 너무 심해서.. 펼쳐봤을 때 대실망, 사용해봤을 때 더큰실망..)


신선한 물이 졸졸졸 채워지고 있을 때,
아내가 양반후반을 사들고 곧 귀가 하신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곧바로 테라스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수영복 입고 "써푸롸이즈~" 하려고 했던 계획은..까먹네 -_-)




미친듯한 폭염 속에서 우리에게 오아시스가 되어줄 둘만의 수영장.


아내와 함께 수영장에 누워서 꺄르르꺄르르 낄낄호호하하 캬캬큭큭 거리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아니 그런 이상과 가상같은 생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늘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공감하고 행동해주는 아내가 있음에 감사했고, 우리가 서울생활을 접고 이 산속 타운하우스에 내려와서 생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존중해준 부모님께도 감사했고,


이 순간에 감사했다.


갑자기 급 감사모드로 마무리 하는 거 같은데..


안방 앞 테라스에 햇살이 투영되며 찰랑 거리는 수영장을 바라보고, 그 안에 들어가 아내와 휴식을 취하는 순간.


실제로 그 순간의 감정이 그랬다.



햇살찰랑물결찰랑

덤벼라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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