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다음 날, 최근들어 이렇게 화창한 날씨는 처음이었다.
하늘에 짙게 씌여졌던 황사 필터가 벗겨지고, 어디선가 소리없이 다가온 커다란 구름 떼가 소리없이 유유자적 흘러가는 하늘.
이런 날은 유난히 이곳에 이사와서 살고 있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 날씨에 집 안에 있다니..제정신이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넋이 나가있는데, 마치 커다란 구름들이 나에게 이렇게 소리치는 것만 같아 커피를 한 잔 내려 테라스로 나갔다. 5월의 봄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뜨거운 햇살. 그런데 막상 밖에 나가자 집 안에서 보이지 않던 꽃가루와 꽃씨들이 셀 수 없이 날아다녔던지라 '나홀로 궁상 테라스 놀이'를 끝내고 다시 거실로 후퇴.
지금 살고있는 이곳은,
사진처럼 어마무시한 창문이 아주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 있기 때문에 해가 하늘에 존재하는 한, 그 빛이 창문을 통해 무한대로 쏟아져 들어온다. (창이 너무 커서 겨울에 춥다..아마 여름엔 익어버릴지도.. -_-)
아직 5월 초밖에 안됐지만, 쏟아지는 햇살이 실내 온도를 계속 높이는 것 같아 블라인드를 내리고 이것저것 하다가 거실로 돌아와보니.. 내가 빨지도 않은 걸레가 햇볕에 아주 잘 마르고 있엇다.
우리집 공식 서열 순위 1위. 이구름.
이 분은 오후가 되면 저기서 저러고 주무신다. 햇살 따듯한 날은 늘 저렇게 거실 창가에 널부러져서 광합성 낮잠을 주무시는데 이 날도 어김없었다. 그 모습이 세상 편하고 귀여워 보여서, 한 번 쓰다듬어주고 싶지만..
세상에서 가장 성격 더러운 고양이 대회가 있다면 얘는 최소 상 하나는 받아올 정도로 ㄸㄹㅇ 냥이다.
귀여운 싸이코 이구름.
배 따듯하면 뒤집어서 잠들고, 창가에 날파리나 새라도 한 마리 지나가면 또 그게 그렇게 재미있다고 유리에 딱 붙어서 혼자 갸르릉 거리는 게, 이구름의 수 천가지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 요새는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아내와 테라스 정원에 조금씩 꽃을 늘리고 있는데, 그러면 더 많은 나비와 꿀벌들이 날아올테고, 그럼 우리 냥이들의 창문 구경도 조금 더 다이나믹해지겠지.
날씨가 따듯해질수록 이곳에서 처음 겪을 뜨거운 여름을 어떻게 대비해야할지 고민이 많아지지만, 그 뜨거울 여름에 우리 냥이들이 더 행복한 낮잠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 여름마저도 기다려진다. (냥뻥이다)
어쨌든.
급 화목한 가정 모드로 마무리하자면..
햇살 좋고 냥 좋고!
건강하게만 지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