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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사가 되고싶다 Jul 25. 2018

타운하우스에 사는 고양이의 특권

어느 화창한 날 아침 오후, 테라스에서 바라본 하늘


비가 내린 다음 날, 최근들어 이렇게 화창한 날씨는 처음이었다.

하늘에 짙게 씌여졌던 황사 필터가 벗겨지고, 어디선가 소리없이 다가온 커다란 구름 떼가 소리없이 유유자적 흘러가는 하늘.


이런 날은 유난히 이곳에 이사와서 살고 있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 날씨에 집 안에 있다니..제정신이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넋이 나가있는데, 마치 커다란 구름들이 나에게 이렇게 소리치는 것만 같아 커피를 한 잔 내려 테라스로 나갔다. 5월의 봄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뜨거운 햇살. 그런데 막상 밖에 나가자 집 안에서 보이지 않던 꽃가루와 꽃씨들이 셀 수 없이 날아다녔던지라 '나홀로 궁상 테라스 놀이'를 끝내고 다시 거실로 후퇴.


지금 살고있는 이곳은,

사진처럼 어마무시한 창문이 아주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 있기 때문에 해가 하늘에 존재하는 한, 그 빛이 창문을 통해 무한대로 쏟아져 들어온다. (창이 너무 커서 겨울에 춥다..아마 여름엔 익어버릴지도.. -_-)

 




하지만 우리는 너무 좋다옹


햇살 가득한 창가 앞 자리는 언제나 두 분 지정석


아직 5월 초밖에 안됐지만, 쏟아지는 햇살이 실내 온도를 계속 높이는 것 같아 블라인드를 내리고 이것저것 하다가 거실로 돌아와보니.. 내가 빨지도 않은 걸레가 햇볕에 아주 잘 마르고 있엇다.


깨우지마말리지마안해못해난계속잘꺼다옹


우리집 공식 서열 순위 1위. 이구름.

이 분은 오후가 되면 저기서 저러고 주무신다. 햇살 따듯한 날은 늘 저렇게 거실 창가에 널부러져서 광합성 낮잠을 주무시는데 이 날도 어김없었다. 그 모습이 세상 편하고 귀여워 보여서, 한 번 쓰다듬어주고 싶지만..


세상에서 가장 성격 더러운 고양이 대회가 있다면 얘는 최소 상 하나는 받아올 정도로 ㄸㄹㅇ 냥이다.


 

 




귀여운 싸이코 이구름.

배 따듯하면 뒤집어서 잠들고, 창가에 날파리나 새라도 한 마리 지나가면 또 그게 그렇게 재미있다고 유리에 딱 붙어서 혼자 갸르릉 거리는 게, 이구름의 수 천가지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 요새는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아내와 테라스 정원에 조금씩 꽃을 늘리고 있는데, 그러면 더 많은 나비와 꿀벌들이 날아올테고, 그럼 우리 냥이들의 창문 구경도 조금 더 다이나믹해지겠지.


날씨가 따듯해질수록 이곳에서 처음 겪을 뜨거운 여름을 어떻게 대비해야할지 고민이 많아지지만, 그 뜨거울 여름에 우리 냥이들이 더 행복한 낮잠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 여름마저도 기다려진다. (냥뻥이다) 


어쨌든.

급 화목한 가정 모드로 마무리하자면..


햇살 좋고 냥 좋고!

건강하게만 지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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