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 내어드리는 습관

하느님께 바치는 번제물의 의미

by 희지

민수기 후반부에 가면 하느님께서 번제물에 관한 규정을 주십니다.


저는 생각없이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매일 바쳐야 하는 게 숫양 두마리, 안식일에는 거기에 더해 또 숫양 두마리,

매달 초하루에 황소 두마리, 숫양 한마리, 어린 숫양 일곱마리.

그러다가 초막절에는 이레동안은 황소 열세마리에서 시작해서 열두마리. 열한마리. ...... 를 매일 바쳐야 합니다.


되게 많죠?


목축을 주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이 가축의 의미는 대단한 것이었을텐데 말이죠..

물론,,,, 이스라엘 그 큰 공동체에서 이 정도 제물은 새발의 피겠지만..


그래도 어디 그런가요... 눈 앞에서 재산이 없어지는데.^^


제물로 태워지는 황소 숫양들을 보면서, ‘아.. 저거 한 마리면 며칠을 먹을 수 있는데.. 아, 저거 한마리면 옷 하나 해입을 수 있는데...’하며 기회비용을 생각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느님도 그걸 아시고 물욕과 탐욕에 제동을 거시려고

제물에 관한 규정을 주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 생각이 끊임없이 ‘오로지 나를 위해 쓰는 것’에만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려고.

비단 돈 뿐이 아니라, 내가 가진 시간과 재능, 그리고 마음, 기도.

이런 것들을 기꺼이 하느님께 내어드리는 습관을 만들어주시기 위해

번제물이라는 규정을 주신 것 같아요..


저는 첫 애를 키울땐, 주일학교에 가는 시간, 성가대 연습시간이 정말 아까웠어요.. 아, 학원 숙제도 많은데 그 시간에 숙제를 하면 좋을텐데. 하며 조급하게 주일을 보냈거든요..


그런데 둘째는 안그렇더라구요..

주일엔 성당에 다녀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과이니, 숙제를 연습을 하지 않는 날로 정했어요. 마음이 바빠지면 성당에 가는 걸 부담스러워할까봐..


첫째와 둘째에겐 원래 기대치가 달라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요. ^^


내게 소중한 것을, 내게 필요한 것을

하느님께 내어드리는 습관.


지나치게 많은 생각은 습관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고 하잖아요..

<해빗> 이라는 책에 보면, 그냥 아무생각 없이 규칙에 따르는 게

습관 만들기에는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나와 있어요.

번제물에 대한 규정은 아마 그런 습관을 만들어주시기 위해 주신게 아닌가 하는

조금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곧 재의 수요일이 다가오는데요. 이마에 재를 얹고 사순기간을 보내는 동안

하느님을 위한 습관 한가지 계획해보아야겠다는 다짐, 굳게 한번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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