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1. 매일묵상
"어쨌든 그분은 주님의 기름부음받은이가 아니시냐?"
"제 손으로는 임금님을 해치지 않겠습니다."
다윗은 자기를 죽이려 온 사울을, 눈 앞에 두고도 죽일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윗의 부하들은 다윗을 재촉하지요. "주님께서 '내가 너의 원수를 네 손에 넘겨줄 터이니, 네 마음대로 하여라.' 하신 때가 바로 오늘입니다."라고요.
하지만 다윗은 선뜻 그러고 싶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울은 주님의 기름부음받은이 였기 때문이었지요. 그에게는 사울이 야속하기도 하고, 사울에게 또 계속 죽음의 위협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함부로 주님의 선택을 받았던 사울을 제 손으로 죽일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하느님께서 아무리 원수를 다윗의 손에 맡기고 다윗에게 죄를 묻지 않겠다 약속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다윗은 사울을 살려줍니다.
그 다윗의 마음이 무엇이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어요. 다윗이 가졌던 감정은 아무래도 하느님께로 향하는 경외심이었던 것 같아요. 하느님의 기름부음 받은 이를 해칠 수 없다는, 그 믿음과 경외심. 자기 손으로 하느님을 거역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다윗의 믿음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살려두면, 또 자기를 해할지도 모르는 위협적인 존재를 눈 앞에 놓고도 다윗은 그를 해하고자 하는 유혹에 단 한번도 빠지지 않아요.
결코 사사롭지 않은 원수, 사울 앞에서도 다윗의 시선은 사울을 보지 않고 그 너머 하느님을 향해 있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그런 다윗을 보면서, 개인적인 서운함, 미움, 억울함 이런 것들에 내 마음과 시선이 묶여 있으면 온전히 하느님을 바라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죠. 살려주었는데 또 다윗을 죽이려 하는 사울.
살려주면 또 와서 죽이려 하고, 또 그러고 또 그러는 사울 앞에서도
다윗은 정말 한번도 하느님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아요.
정말 오롯이 하느님께, 온전히 맡겨드립니다.
"당신은 반드시 임금이 될 사람." 이라는 말을 수시로 들어도 교만에 빠지지 않고 자만하지 않는 다윗..
저는 인간적인, 정말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라 아마도 다윗보다는 사울에 가까운 사람일꺼에요. 질투하고 시샘하고 잘 깨닫지도 못하는 인간. 하느님과 가깝지만 하느님을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지는 않는 그런 사람이요. 늘 다윗과 같은 신앙인이 되고자 하지만 한참 못미치는 그런 인간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다윗을 보면서 많이 부끄럽고 또 부러웠습니다. 어떻게 눈앞에 있는 모든 유혹들을 이겨내고,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나지?' 하는 의구심조차 없이 하느님만을, 오직 하느님만을 볼 수 있는지요..
그런 다윗을 보면서, 정말로 가치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정말로 하느님께 소중한 자녀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 가장 소중한 주님께 합당한 사람이 되도록
저도 늘 다윗처럼 제 시선이 하느님께로 향할 수 있도록
늘 하느님께 머무를 수 있도록 노력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밤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