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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지 Feb 06. 2022

우리집 '마약쏘야'에는 이게 많이 들어갑니다.

<겨울방학 초간단 보약밥상>  명절의 기름기를 쫙 빼주는 요리

"아니, 왜 하필 명절 전날 아파... 병원에도 못 가게..."

엄마가 아프셨다. 명절 연휴 전날 밤에 혼비백산하여 달려간 엄마 집에서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약을 챙겨드리는 일 정도밖에. 며칠째 몸이 안 좋다 그러시더니 급기야 탈이 나신 거다. 연휴만 아니면 병원에라도 갈 텐데 어째야 하나 그러고 있는데 엄마는 엉뚱한 게 걱정이시다.

"oo아, 너 갈비 좀 가지고 가라. 내가 해주려고 사다 놨는데 내가 도저히 못할 것 같네... 연휴에 애들이랑 먹이려면 니가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조심스럽게 말하는 엄마에게 지금 그게 문제냐고 타박을 해댔지만, 어쩔 수 있나. 싫은 기색을 보이면 '놔둬라 내가 할테니'라고 하실 것 같아 얼른 냉장고에 있는 갈비를 꺼냈다.

아니 근데 이게 웬일인가. 무슨 갈비가 이렇게 많지? 돼지갈비가 5킬로그램을 족히 넘어 보였다. 우리 엄마가 손이 좀 큰 건 알고 있었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것 말고도 내가 가지고 가야 할 음식 재료는 많아도 너무 많았다.

명절 전이면 엄마가 해준 음식을 넣어두기 위해 냉장고를 비우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을 만큼 그 양에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재료를 보니 또 이야기가 달랐다. 내가 해야 할 음식이라고 생각하니 이것저것 다 모르겠고 일단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이 많은 갈비를 어찌해야 하나... 이렇게 큰 냄비가 집에 없을 텐데.

그렇게 이번 명절은 나에게 또 다른 시련의 시간이 되었다. 시댁에서는 신정 설을 쇠기 때문에 구정은 나에게 그야말로 꿀 연휴였는데 말이다. '이렇게 나이드는구나',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너무 당연하게 먹었구나' 등등 머릿속은 복잡하고 손은 바빠졌다. 명절에 가서 전이나 부치던 나에게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그래도 나의 생애 첫 갈비찜과 돼지갈비 김치찜은 성공적이었다. 맛은 합격점을 받았는데 정작 나는 입으로 고기 한 점이 들어가지 않았다. 힘들기도 했고, 음식 하는 내내 간을 보다 지친 건지, 냄새에 너무 질렸는지 먹기가 싫었다.

우리 엄마가 왜 명절에 그렇게 음식을 안 드셨는지 알 것 같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 역할이 바뀐다는 것은 그렇게 은근슬쩍 오는 것 같다. '준비됐어? 그럼 시작해!'라며 친절한 예고 끝에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덜컥 알아버린 기분이었다.

마약쏘야의 비결은 바로바로
                     

▲ 마약쏘야 명절에 먹었던 슬로우푸드는 가라! 비록 조리시간은 짧지만 마늘로 맛과 영양을 지킨 마늘소시지야채볶음.


그렇게 나의 연휴가 끝났다. 그러나 연휴가 끝났다고 부엌 일까지 끝난 건 아니었다. 호기롭게 시작한 나의 '겨울방학 보약밥상'은 계속되어야 하는데, 어우 왜 이렇게 '보양식' 소리만 들어도 느끼한 건지. 인스턴트류의 음식이나, 자극적인 것들만 생각난다. 이것 참.


할 수 없다. 애들은 모르겠고, 오늘은 나를 위해서라도 '마음만은 보약' 밥상 메뉴를 준비해야겠다. 그렇지만 실은 애들이 더 반기는 오늘의 메뉴는 '마약 쏘야'. 나의 음식에 애들이 붙여주는 최대 찬사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마약'이라는 접두사다.


그런데 이게 아무 음식에나 어울리는 게 아니다. 마약 갈비탕, 마약 미역국 이건 좀 이상하다. 영양가보다는 맛이 강조되는 음식에, 꼭 붙어야 할 곳에 붙는 신기한 접두사. 그래서 붙은 이름이 엄마표 '마약김밥'과 '마약쏘야'다.


나의 마약쏘야는 더없이 간단하다. 아무나 대충 만들어도 맛있는 기본 메뉴인 '소시지 야채볶음'이 마약쏘야가 된 데는 마늘이 한몫했다. 우리 집 식구들은 정말 마늘을 좋아해서 마늘을 듬뿍 넣는다(마늘 기름이 들어가서 맛없는 음식이 뭐 얼마나 있을까). 게다가 마늘은 면역력을 강화해 주고 혈당을 떨어트려 준다니 명절을 지낸 몸의 기름기까지도 쫙 빼줄 것만 같다.


▲ 먼저 마늘기름을 냅니다. 이 정도의 마늘이 들어가야 맛있는 마약쏘야가 완성됩니다.


일단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편썬 마늘을 듬뿍 넣어 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마늘 볶는 냄새가 고소하게 나기 시작하면 준비한 야채들을 넣는다. 나는 양파와 미니 파프리카를 쓰는데 양파는 반 개 정도가 적당하고 미니파프리카도 여섯 개 정도만. 야채가 또 너무 많이 들어가면 소시지의 맛이 반감되는 것 같아 딱 요 정도만 넣는다.


참, 소시지는 아무것이나 다 맛있는데 소시지를 끓는 물에 한번 데쳐내서 쓰면 좋다. 물에 데치면서 익기도 하고, 둥둥 뜬 기름기도 제거해 주니 왠지 나쁜 것을 덜어내고 먹는 느낌이다.


소시지 야채볶음의 소스는 케첩, 스테이크 소스, 돈가스 소스, 굴 소스를 적당한 비율로 넣으면 된다. 소시지와 야채의 양이 매번 다르기 때문인데 적당한 비율은 색깔을 보고 결정하면 된다. 약간 붉은빛이 돌면 딱 좋은 맛.


연휴에 기름지고 늘어진 입맛을 잡아주는, 뭔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맛이랄까. 음식 하는 수고와 시간이 단축된다는 것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뜻한다. '엄마표 마약쏘야'로 시작하는 2월이다. 얘들아,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남은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내보자!


<마약 소시지 야채볶음 만드는 법>


1. 마늘을 편썬다. (마늘의 양은 취향대로 준비한다.)

2. 양파 반 개와 미니파프리카 몇 개를 썰어 준비한다.

3. 소시지를 데쳐서 먹기 좋게 슬라이스한다.

4. 마늘을 볶아 마늘 기름을 넉넉히 낸다.

5. 4에 야채를 넣어 볶는다.

6. 5가 적당히 익으면 데친 소시지를 넣고 소스를 넣어 살짝 볶아 마무리한다.


소스 : 케첩, 스테이크 소스, 돈가스 소스, 굴 소스.  3:1:1:1 정도의 비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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