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될 것 같았던 시간은 순간이었다.
굽이치는 생각에 움직임이 멈췄다.
떠밀려가는 파도는 천천히 부서져 돌아온다.
숨을 들이쉰 채 경직한 몸은 내뱉는 것조차 잊는다.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 작은 조각들은 살갗에 박힌다.
하나씩 되짚다 보면 수 분이 흐른듯하다.
호흡을 위해 자세를 고치면 생각의 고리가 끊긴다.
지속될 것 같았던 시간은 순간이었다.
다시 눈을 감으면 한 번 더 사고는 요동친다.
이어지는 찰나가 반복된다.
잠에 드는 시간이 점점 기울어지고 있다. 요즘 생활은 크게는 80~90분간 운동, 나머지 시간은 공부와 작업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본인과의 약속을 지킨다'라는 엽기적인 강박에 얽혀있다. 만족할 만한 작업물의 양 혹은 퀄리티가 산출될 때까지 컴퓨터를 붙잡다 보니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진다. 하물며 이불을 덮는다고 바로 수면을 취할 수 없다. 일정한 시간을 지나치면 몸은 각성 상태를 유지한다. 감은 눈으로 본 머리 안은 맑아서 평소에 지나쳤던 생각들을 읽을 수 있다. 창피했던 과거의 기록, 자신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 감정에 대한 후회 등 쏟아지는 물음을 하나씩 되뇐다. 한 시간, 두 시간 혹은 그 이상 동안 눈을 감다 보면 어떻게든 잠에 들곤 한다.
꿈에서의 장면이 강렬하게 남을 때가 허다하다. 어렸을 적부터 꿈을 생생하게 꾸는 편이다. 수면에 드는 시간이 늦어진 만큼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비현실적인 꿈을 꾸기보다 현실에 가까운 장면들의 빈도가 잦아들고 있다. 희미한 경험과 꿈의 내용이 뒤섞여 혼동을 일으킬 때가 종종 발생한다. 원인은 알 수 없다. 생활에 큰 불편함을 미치지 않아 고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꿈은 너무나도 달콤해서 불 꺼진 방 안에서 생각의 고리를 잇게 한다.
가끔 이 꿈이 부서지지 않고 지속되기를 바랄 때가 있다. 깨고 나면 기억은 나지 않지만 좋았던 감각의 여운이 느껴지곤 한다. 곧바로 아쉬움이 이어진다. 퇴사 후, 물리적인 여유는 있지만 심리적으로 조급해져 만족스럽지 않은 하루를 보내곤 한다. 그런 와중에 생동감이 느껴지는 꿈은 단비와 같다. 이따금씩 악몽을 꾸곤 하지만 대체로 밝은 느낌의 기억으로 남는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애타게 잠을 청하게 된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싶어도 긴 밤을 보낼 꿈을 필요로 한다. 존재하지도, 할 수도 없는 것에 작은 희망을 품는다. 보통 꿈은 10분 내외의 수면 동안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 짧은 시간에 나의 작은 세계가 형성되고 사라진다. 순간이 깨지지 않고 영원하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이지만 가끔 바라곤 한다. 오늘도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찰나의 행복을 바라본다.
지속될 것 같았던 시간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