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3. 역량에 맞게 감각적인 생일 카페 컨셉 만들기
일반적으로 생일 카페의 컨셉을 정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른 오프라인 이벤트는 몰라도 생일 카페는 그렇다. 그것도 생일 카페를 열 정도의 팬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누구보다도 생일 카페의 주인공을 집중해서 봤던 사람들이다. 각자 생일 카페의 주인공을 바라보는 기준이 있다.
그래서 보통 생일 카페의 컨셉은 물 흐르듯이 쉽게 진행되고, 그렇기에 생일 카페의 모든 과정 중에서 가장 먼저 결정되기도 한다. 이 시리즈가 다루는 생일 카페의 주인공이니 tripleS의 정하연이라는 멤버이기에 사례를 tripleS의 다른 멤버에서 사례를 가져오면, 멤버들을 위한 생일 카페는 상당 부분 각 멤버로부터 연상되는 소재에서 컨셉을 잡는다.
예를 들어, tripleS 주빈이라는 멤버의 생일 카페는 해당 멤버가 다른 멤버들과 매니저 등 관계자를 초대하여 진행하는 tripleS 자체 콘텐츠 ‘주빈이가 만난 사람들’에서 가져왔다. 그래도 이것은 생일 카페라는 일반적 바탕 위에서 정한 컨셉이었지만, 컨셉이 모든 것을 뒤엎기도 한다. tripleS의 니엔이라는 멤버는 찜닭을 좋아해서 아예 어떤 이는 ‘생일 밥집’을 열었다. 찜닭 식당을 섭외하여 이곳에서 생일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다.
물론 멤버들의 특성을 짚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컨셉을 짤 수도 있다. 자유도가 꽤 높아서, 컨셉을 정하는 것은 생일 카페 주최자에게 매우 쉬운 일일 수 있지만, 모쪼록 매우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특전과 데코레이션에도 연결될 수 있고, 심지어 생일 카페의 방식 역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정리된 컨셉을 기반으로 포스터를 포함하여 특전 등의 디자인을 하는데, 대개 생일 카페에서는 디자인을 본인이 직접 하지 않고 커미션 계정에 맡기기 때문에 여기서 일정 부분 이슈가 존재할 수도 있다. 생일 카페 주인공의 생각과 커미션 계정의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디자인 커미션 계정은 생일 카페 주인공처럼 생일 카페 주인공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커미션 계정은 생일 카페에 대한 디자인 레퍼런스와 정보를 생일 카페 주최자에게 요청한다. 서로 시각적으로 보이는 게 같아야 접점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레퍼런스가 있어도 간극이 벌어지는 케이스가 있긴 하다. 그럼에도 팬들은 직접 하지 못하는 이상 디자인 계정에 맡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계산해야 한다.
그 간극을 극복하지 못해서 디자인을 직접 하려고 했다. 적어도 X 팔로워가 많아서 이점이 높은 다른 생일 카페에 비해 관심을 덜 받을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이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차별점을 두어야 했다. 생일 카페를 여는 주최자라면 전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팬들을 많이 유치하려면 ‘뭔가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생일 카페 이벤트를 하는 장소에서도 그런 계산이 있었고, 컨셉도 그래야 했다. 무엇보다 다른 이들이 하는 일반적 과정에서 탈피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했다.
열리는 방식과 형태는 많이 달랐지만, 우선 작년에 이어 tripleS 멤버 정하연을 위한 생일 카페를 2년째 진행하는 것이고, 이렇게 2년 연속 하는 생일 카페 주최는 여기가 유일했기 때문에 그 장점을 살리려고 했다. 작년의 매거진 형식을 그대로 이어서 진행하려고 했으며, 재미있고 누가 봐도 뭔가 다른 매거진 레퍼런스를 찾으려고 했다. 아예 전시회 컨셉으로 확장하려고도 생각했다. 매거진이 사진과 텍스트로 많은 것들을 보여주는 ‘쇼룸’ 같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시회도 그런 점에서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매거진 컨셉으로 전시회 느낌을 살려도 좋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이었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디자인 프로그램을 잘 사용한 적도 거의 없으면서, 디자인을 하려고 했다. 물론 디자인이야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만드는 곳들도 많다. 그렇지만 그와중에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발현되었다. 그래서 그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잘 짜려고 했다.
그래서 디자인 프로그램을 다루는 기술적 역량을 단시간에 올려야 했다. 머릿속에는 마음껏 상상해도, 시각적으로 그것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심미적인 감각도 중요했지만, 그를 뒷받침해야 할 기술적 역량이 필요했다. 이것저것 레퍼런스 따와서 만들었지만 그려서 보면 마음에 안 드는 결과물만 계속 양산했다.
어쨌든 복잡한 작업을 단시간에 만들기 쉽지 않았다. 심미적 감각과 기술적 역량이 동시에 기준 이상으로 올라가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컨셉을 설정하기 전에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한계를 정해야 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중에서 하나의 프로그램만 선택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를 택하나, 아이패드를 활용하여 Procreate를 일정 부분 다룰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리는 것은 크게 급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편집 역할에 방점을 두고 있는 포토샵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러스트레이터에 필요한 부분은 포토샵과 Procreate에서 활용하려고 했다.
모르는 부분은 ChatGPT한테 물어봤다. 유튜브 등에서 찾아보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 생기는 상황 그대로를 분석하고 솔루션을 줄 수 있는 플랫폼이 존재했다. 1~2년 전이라면 가능했을까 모르겠지만, 그때에는 대화용 인공지능 서비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거의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시작할 수 있었다. 물어볼 때마다 적절한 대답만 나온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목표가 뚜렷하게 있는 상태에서 여러 번 과정을 거치며 학습이 되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포토샵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가끔 비용을 주며 구독을 한 역사가 있었지만, 그동안 목표가 뚜렷하게 없고, 학습 방법도 끌리는 게 없어서 유야무야 넘어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생일 카페를 어떻게든 내 방식대로 성공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고, ChatGPT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 덕분에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것들을 익힐 수 있었고, 많이 활용한 기능들은 이제 ChatGPT에 물어보지 않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이 많은 것을 바꿨다.
다만, 기술의 발전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디자인과는 무관하지만, 다른 생일 카페 주최자처럼 팬 싸인회에 가지 않는다. 다른 생일 카페처럼 멤버와 교감을 사전적으로 진행할 수 없으며, 멤버의 필적 등을 활용할 수 없었다. 더 나아가서 팬 싸인회를 가서 사진을 찍고 기록을 X(구 트위터)에 남기는 팬들은 그 팬만의 독점적인 아카이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인적 관계나 X 팔로워를 많이 확보할 수 있지만, ‘팬싸’를 가지 못한다면 그러기 힘들었다.
게다가 이른바 ‘대포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멤버를 찍은 고화질 사진이 없었다. 기껏해야 스마트폰으로 멤버를 담았고 그 스마트폰 사진도 좋은 화질을 가지고 있으나, ‘대포 카메라’에 비해서 한없이 부족했다. ‘팬싸’를 가야 포토 타임 등에서 좋은 컨셉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팬싸를 가지 않는다. 심지어 행사를 거의 따라가지 않기 때문에 다채로운 착장의 사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찍은 사진을 기반으로 생일 카페를 꾸미는데, 쓸 수 있는 사진이 거의 없었다. 감사하게도 소기의 방식으로 다른 팬에게 사진을 가져오게 되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가져갈 수 있는 사진 수가 한정적이었다.
기술적인 한계도 있었지만,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의 폭도 제한적이었다. 사진을 다채롭게 많이 확보할 수 없어서 매거진이나 전시회 방식의 컨셉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시간은 점점 지나갔고, 어느새 생일 카페까지 약 3~4주 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는 뭔가 나와야 했다. 그리고 대개 그 해답은 이미 머리에 들어 있다.
남들과 달라야 했던 생일 카페. 아이돌 멤버가 오지 않을 수 있는 상황. 결국 팬이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참여 활동이 들어가야 했다고 생각했다. 흔히 행사나 팝업 스토어에서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액티비티 중 하나로 가장 많이 하는 게 포스트잇 등으로 뭔갈 써서 붙이는 활동을 꼽는다. 예를 들어, E스포츠 같은 행사에서 선수나 팀을 응원하는 문구를 적어서 벽에 붙이는 것이다. 그 벽에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많이 있다면 보기에도 좋을 것이다.
팬들에게 포스트잇을 적어서 생일 축하한다는 문구를 붙여달라고 요청하는 생일 카페들도 상당히 많다. 그것은 일반적인 방식의 전시 활동인데 그것을 강조하고자 했다.
그 생각은 아이돌의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돌과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다. 팬들이 특정 아이돌의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에 가입하면 아이돌과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 팬 입장에서는 아이돌과 1:1로 소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돌 입장에서는 팬들의 메시지를 모두 보며 메시지를 할 수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아이돌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프라이빗 메시지가 운영될 것이다. 최근에는 아이돌 뿐만 아니라 배우, 스포츠 선수, 인플루언서 등도 참여하고 있다.
이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에서 아이돌은 팬에게 이런저런 글을 남긴다. 그중에서 팬들의 마음을 울리는 내용들이 있다. 팬들은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박제한다. 그렇게 여러 곳에서 박제된 이야기를 한꺼번에 바라보면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반대로 프라이빗 메시지에서 아이돌이 팬들에게 감동을 받을 때도 있다. 팬들이 각자 아이돌을 위한 메시지를 보내면, 팬들은 다른 팬들의 글을 볼 수 없지만 아이돌은 그 글을 다 볼 수 있다. 아까와 반대되는 방향의 박제다.
이런 형태의 박제는 일반적으로 포스트잇에 붙이는 것과 같은 범주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거기서 뭘 넣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상상 속에서 마인드맵을 펼쳤다. 매거진도 결국 책이고, 매거진을 도서관에서 봤던 기억이 있다. 도서관은 종류별로 책을 분류하고, 결국 분류하려면 뭘 써야하나 생각했는데, 그중 하나로 견출지를 떠올렸다.
견출지 모양을 만드는 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멤버의 상징 색깔에 맞춰 제작했고, 그 견출지 모양으로 팬들의 문구를 적어서 벽에 붙이면 팬들이나 혹은 아이돌을 비롯해서 또 누군가가 보고 감동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있어서 빌드업했는데, 그것을 전체적인 디자인의 키포인트로 생각하고 접근하기로 했다.
메인 포스터가 결국 컨셉을 표출하는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수 있다. 이 메인 포스터에서 견출지 모양을 잔뜩 붙였다. 일반적인 생일 카페 디자인과 거리가 상당히 멀어지면서도 ‘멋있어 보였다’. 다른 이들에게 물어봐도 심미적인 느낌에서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이 없었고, 그렇게 큰 기술적인 역량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매거진 컨셉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했지만, 견출지를 떠올린 과정은 책에서 나왔기 때문에 ‘책’이라는 테마 자체는 충분히 컨셉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아이돌이 생일 카페에 못 오더라도 팬끼리 즐길 수 있는 참여 컨셉과 맞닿아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
매거진도 아카이빙을 보여주는 곳이고, 전시회도 이름부터 전시하고 보여주는 곳이다. 생일 카페라는 것이 그동안 생일 카페 주인공이 했던 것들을 MD나 사진, 또는 다른 형태로 보여주는 이벤트다. 그 멤버의 활동 내역을 아는 팬들도 기존 활동을 추억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즐길 수 있다. 특히 누군가에게는 알지 못했던 것을 아는 입문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입문서? 가이드? 안내서? 안내서. 안내서 하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떠오른다. 그래서 나왔다. 무언가를 정리하는 안내서도 사이사이 챕터를 구분하기 위해 견출지를 붙이지 않는가. 책 에셋은 어차피 ChatGPT에서 만들면 됐다.
일반적인 생일 카페 디자인과 이미 너무 멀어졌지만, 그럴수록 더 좋았다. 컨셉과 디자인에서 '뭔가 다른 무언가'를 만들 수 있었으니까.
돌고돌아 포스터를 만들면서 이렇게 컨셉이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