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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May 13. 2018

(7일) 방문객

방문객


              - 정현종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강제로 어찌할 수 없다. 그냥 오는 거다.

몸은 머리가 시키는 일을 잘 수행하지만, 마음은 머리의 지시를 잘 받지 않는다. 


한 사람이 좋아지는 일, 마음에 들어오는 일은 머리가 시키는 일도 마음이 시키는 일도 아니다.

계속 생각나고 보고 싶고 궁금하고, 어느 순간 마음에 자리하는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는다.

시인은 한 사람이 마음에 들어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 사실을 안다고 뭐가 달라질까 부담만 더 커질 뿐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온다는 건 깊게 생각할수록 아찔하다.

나의 일생과 어떤 합을 이룰지 내가 깨지기도 상대가 부서지기도 하는 일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그의 주변 인물과 의무, 책임감이 함께 온다.

사회제도가 강제하건, 사람이 만든 룰이건 정해진 뭔가를 지켜야 한다.

사람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 것들, 남들도 다 하는 일이니 자연스럽게 따라야 하는 것들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쉽게 '상식', '예의'라고 부른다.

상식과 예의에 어긋나는 뭔가는 자연스럽지 못하다. 평범하지 않다.

세상에 지탄을 받거나 가족 간에 불화로 이어진다. 


나와 당신이 만나 좋아지고, 사랑해서 결혼이라는 목표지점(혹은 새로운 출발지점)에 섰다. 

헤어지고 싶지 않아 결심한 결혼이 며느리라는 이름의 무상 노동을 요구한다. 

휴일에 쉬고 싶은 몸을 친정 혹은 시댁의 전화 한 통으로 강제 소환당한다. 

그런 불합리한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으로, 종영한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주인공은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에 각자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스트레스 없이 다시 만난다. 낯설고 무정한 사람들이란 느낌이 있지만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리적으로 정확히 따져보자. 민폐를 끼치는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새로운 가족, 또 하나의 가족이 생김으로써 생기는 불협화음과 마찰이 얼마나 많은가.

잘 지내면 좋은 일이지만, 수십 년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일방적인 스트레스는 생각이 많아진다.

 

부부생활이나 시월드에 오르는 베스트는 이런 불평등한 상황에서 당하는 쪽의 하소연과 울분을 토하는 글이다. 서로 사랑해서 좋게 시작한 결혼이, 새로운 가족에게 받는 스트레스로 위기를 겪기도 한다. 


결혼생활이 두 사람의 사랑과 행복을 함께, 오래 유지하는 게 목적이라면 상황에 따라 해법은 다양해야 한다. 


시댁과 친정은 멀면 멀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을 잘 상기해서 각 가정에 맞는 해법을 따라야 한다.

결혼의 목적을 최대한 달성하기 위한 해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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