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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Nov 07. 2016

10 나를 어디에 두고 온 걸까

귀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인생의 투사


인생에도 수업료가 있다.

귀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고

기약이 없는 인내를 해야 할 때도 있다.

대가를 크게 치를수록, 오래 기다리고

오래 배울수록, 인생은 깊고 넓어진다.


                                - 이애경의 <나를 어디에 두고 온 걸까> 中에서 -  



나는 운이 좋았던 편이다.

시험에도 운이 따랐고 원한 것이 있으면 대부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아온 내겐 ‘내가 마음을 안 먹어서 그렇지, 마음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좋게 말해 자존감이 높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오만이다.


단순하게 살고 싶어서 나쁜 기억은 금방 잊어버리려고 노력한다. 

긍정적인 것만 남기고 부정적인 기억은 애써 지우려 했다.


그 행운이 나이가 들었는지 효과가 좀 약해졌다. 

실패하는 일도 더러 생기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때가 있다. 

첫 실패에서는 충격이 오래갔다. 

자잘한 실패도 자주 경험하지 않았던 내가

사회생활 초반도 아니고 중반도 한참 넘긴 시점에 실패를 경험하니 어지러웠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실패를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나를 향한 분노와 자책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내가 했던 말과 행동들이 모두 부끄러웠다. 

‘애쓰네. 노력했으니 그 정도면 뭐’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그냥 나를 봐준 것 같았다.


겸손해지자 마음먹었다. 

그즈음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나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도 했고, 나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해 보려고도 했다. 


가까운 가족에게 물어봐도 내 진지한 물음처럼 진지한 답변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질문에 대한 답을 건성으로 했고, 그런 질문 자체를 귀찮아했다.


“요즘 한가해?”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나 혼자 풀어야 하는 숙제였다. 

정답을 알 수 없기에 맞는지 어쩐지는 모른다.


지금도 질문에 대한 답은 계속 찾고 있다.


지금까지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만 도전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내가 뛸 수 있는 만큼의 높이를 정해두고 그 안에서만 뜀뛰기를 한 것 같다.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조금 노력해서 성과를 보고, 이 수준이 반복되었다. 

목표 자체가 높지 않으니 무난하게 달성되었다. 

그게 내게만 오는 행운이라 여겼었다.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조금 비겁했다. 

나 자신과 비밀계약서를 쓴 기분이다. 

오래전부터 나 자신과 타협을 해놓고서 나 스스로를 속이고, 

속으며 착각 속에 살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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