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진실의 차이
사실과 진실의 사소하고도 엄청난 차이
원주의 토지문학관에서는 매달 문학 강연이 열려요.
그곳에 있는 작가 집필실에 머물 때 동료 작가의 강연에 가본 적이 있지요.
질문 시간에 한 중학생이 손을 들었어요.
"말씀해 주세요. 다음 중 문학과 관련 없는 것은?
1. 사실 2. 진실 3. 플롯 4. 인물
여기서 정답이 뭐예요? 시험에 나왔는데 저는 1번과 2번이 헷갈려요."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그 작가가 답변했어요.
"얼마 전 여자 후배와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어요. 그날 밤 아내가 묻더군요. 당신 여자랑 영화 보러 갔어요?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지요. 그 후배를 여자로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것이 진실이구요. 남자가 아닌 성별을 가진 사람과 영화를 보러 갔다, 그런 건 사실입니다. 아마 문학이 허구라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출제한 문제인 것 같군요."
- 은희경의 <생각하는 일요일들> 중에서 -
사실과 진실. 얼핏 보면 동일한 말 같다.
지금까지 같은 말로 썼던 것 같다.
사실이 진실이고, 진실이 사실인양 사용했는데 상황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다.
우선, 사전적인 의미를 비교해 보자.
사실 : 실제로 있거나 실제로 있었던 일. 실사.
진실 : 거짓이 없고 바르고 참됨. 참
발생한 하나의 사실이 항상 진실은 아니다.
벌어진 사실이 진실이라면 문제 될 게 없지만, 진실로 오해되는 상황이면 일이 좀 복잡해진다.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선생님, 저는 떨어진 지우개를 주웠을 뿐입니다. 컨닝하지 않았어요”
“제가 그곳에 간 사실은 있지만, 맹세코 사람을 죽이진 않았습니다”
“그 호텔에 들어간 사실이 있습니다만, 커피만 마시고 나왔어요”
보편적인 상식으로 봤을 때 사실만으로는 오해하기 쉬운 상황들이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어쩐지 의심이 명쾌하게 풀리진 않는다.
진실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다.
추리와 과학을 동원해 또 당사자의 심리를 압박해 진실을 털어놓게 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이 진실이라면, 당사자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면 꼬리는 금방 밟히게 되어있다.
한글에는 비슷한 단어가 많고 그 쓰임새도 미묘하지만 다르다.
상황에 따라 내 의도를 잘 표현할 적확한 단어의 선택이 중요하다.
그래야 문맥도 자연스럽고 이해가 빠르다.
역시, 한글은 아름다우면서 여전히 어렵다.
p.s : 중학생의 질문에는 정답이 뭘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잘 모르겠다. 2번인가? 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