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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Nov 26. 2016

12 이따가는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을 뒤로 미루지 말자

털썩 주저앉고 싶은 순간이 있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그만 정지해버리고 싶은 순간,
너무 멀리 와버린 내가 주체할 수 없이
미워지는 순간이 있다.

비상등에 빨간 불은 이미 오래전에 켜졌는데,
STOP 표지판을 무시해버리고 줄곧 달리기만 했다.

’ 달리다 보면 그래도 웃는 날이 올 거야.’

포기할 수 없으므로 그냥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덕분에 나는 목이 탔고
몸 안에 가득 찬 모래는 씻어도씻어도 계속 나왔다.
그렇게 나는 나를 돌보는 법을 잊어 갔다.

내 안의 아이는 수시로 칭얼댔지만 
나는 ’이따가 사탕 줄게’라는 말만
주문처럼 중얼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내가,
과연 이따가는 행복할 수 있을까?

                                         - 정민선의 <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중에서 - 




우리는 종종 생각한다.
회사에 취직하고 나면, 

좀 더 나이 들고 여유가 생기면, 

돈이 조금 더 많으면, 

아이가 조금 더 크고 나면...
비슷비슷한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세뇌시킨다. 

하지만 그 조건이 만족되면, 이루고 나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 조건을 만족시킬 때쯤이면 또 다른 조건이 추가되는 걸 경험한다.  

내 집이 생기고 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아이 교육자금과 부부의 노후자금이 걱정된다. 
다시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열심히 돈 버는 일에 매진한다. 

여행이나 즐거움을 뒤로 미뤄둔다. 

건강을 챙겨야 하는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급한 불은 이래저래 끄고 한 시름 놨다고 생각되는 시기가 오면 

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있다.


여행을 한번 가려고 해도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나이 들어 무릎 관절이 아프고 몸 여기저기가 삐걱댄다. 

젊은이의 호기심이 사라져 어딘가로 떠나는 게 귀찮게 느껴질 수 있고, 

어떻게 번 돈인데 하며 아까운 생각에 접을 수도 있다. 


건강을 잃어 그동안에 모아둔 돈을 한방에 잃기도 한다. 

돈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을 함께 잃을 수도 있다. 

바쁨을 핑계로 뒤로 밀쳐놨던 소중한 것들이 하나씩 떠난다.


우리에게 소중한 건 바쁘지 않은 것에 있다. 

가족, 건강, 행복…


소중한 것에 투자할 시간을 뺏어 바쁘게 일하고 돈을 번다. 

일해서 벌어들인 돈은 바쁘지 않은 것을 위해 다시 쓰인다. 

아이와 눈 마주치고 대화하며 놀아줄 시간을 빼서 회사 업무에 바친다. 

아이와의 시간은 장난감 사주고 용돈 주는 것으로 ‘퉁’ 친다. 

배우자에게 값비싼 선물을 안겨주는 것으로 보상한다. 


친밀한 대화를 물질로 대체했을 때 상대방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엔 상처가 남고 벽이 생긴다. 

세월이 흘러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야 하는데 공유한 경험이 적은 

따로 생활을 한 가족에게 공통의 대화거리가 있을까.


우리 가족만 봐도 각자 바쁘게 산다. 

남편, 나, 아들. 평일에는 한 끼의 식사도 함께 할 수 없다. 

운이 좋으면 저녁 한 끼 먹으며 얼굴을 본다. 

들고 나는 시간이 서로 달라 셋이 함께 하는 시간이 없다. 

주말이나 되어야 한 식탁에 마주 앉을 수 있는데, 대화가 봇물 터지듯 많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아들이 크면서 함께 할 시간이 더더욱 줄겠지. 

예전엔 돈 버느라 바빠 여행 갈 여유가 없었는데, 이젠 경제적인 것보다 서로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각자의 스케줄을 먼저 체크해야 한다. 

또 하나는 아이가 크면서 부모와 함께 하는 것보다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을 선호한다는 거다. 

우선순위에서 부모가 밀린다.


부모를 필요로 하는 시기에 바빠서, 피곤해서 많은 것을 못한 게 후회된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는 건데 깨달음이 늦었다. 

지나간 시간들이 아깝다.


지금의 행복을 뒤로 미루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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