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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Sep 13. 2018

(15일) 이제 한 걸음 뗐다

꿈을 이루기 위한 큰 걸음 하나

몇 년간 푹~ 삭혀온 묵은 꿈이 하나 있다.


그동안 써온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보면 좋겠다는 소원이다.

왕성하게 책 읽고 글 쓰던 시기에 조금씩 자리를 넓히던 소원은 끝내 ‘꿈’의 자리를 차지했다.

꿈이 생겼다고 해서 특별한 활동을 하진 않았다.

막연하게 ‘나중에~’, ‘시간 나면 천천히~’ 그 말 뒤에 숨겨두고 별다른 노력 없이 있었다. 


꾸준히 책은 읽었고, 간간이 글을 썼다.

차곡차곡 눈덩이를 불리듯이,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고 싶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꾸준하게 읽고 쓰면 제자리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함에는 당해낼 장사가 없을 테니까.

그런 심정으로 그냥저냥 시간만 흘려보냈다. 


사내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작가님(최준영 작가, 동종성 작가)과 책고집 식구들을 알게 되었다.

함께 책 읽고 글을 쓰면서, 동기부여도 받고 꿈을 향한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동호회 멤버들끼리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소득이 가장 컸다.

한 가지 주제로 100일 동안 빼먹지 않고 써온 글이 책 한 권 분량으로 정리되어 쌓여갔다.

그중에 몇 꼭지를 골라 한 개의 파일로 만들었고, 관련되는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하기 시작했다.

수십 군데에 시간 날 때마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행동에 옮겼다.

용기를 내기까지 오랜 망설임이 있었지만 작가님과 글쓰기 회원들이 힘을 실어줬다.

그렇게 운동화 끈을 조이기 시작했다. 


벌써 3개월 전 이야기다.


원고 투고를 시작하고 두세 군데에서 관심을 보여왔다.

그중 한 곳은 미팅 초읽기까지 갔었는데, 최종 답변은 거절이었다. OTL

그러다 <황금부엉이>를 만나 첫 미팅을 하고, 8월 말에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갔다.

사전에 들은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혼자 최악 조건을 상상하다가 최고의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했다.

여러 시나리오를 써봐도 상념만 깊어질 뿐이었다. 


이야기가 잘 됐고, 출판사에서 제시한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망설임 없이 출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짧은 순간에 결정된 거라 얼떨떨했다.

10월 중순까지 전체 원고를 넘기기로 했다.

원고는 써둔 게 있으니 최종 검토하고 수정하면 된다.

그 이후에 수정 작업이 얼마나 고될지 알 수 없지만, 기꺼이 또 즐겁게 해보려 한다. 


이제 한걸음 뗐다. 


출판사와의 첫 미팅과 두 번째 만남 사이의 1개월이 참 길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긴장과 설렘 속에 지냈다. 큰 산 하나를 넘은 기분이다.

무엇보다 전문가에게 내 글이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낯선 작업들이 기다리고 있다.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 같으면서 한편으로 불안하고 초조하다.

잘 해내야 할 텐데, 잘할 수 있을까? 


계약서를 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책고집 식구들과 친정식구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작가님께 전화도 드리고.

축하 메시지를 받고 감사 인사를 하느라 한참을 휴대폰에 코를 박고 있었다.

그러다 내릴 정거장을 놓치고 수원역까지 갔다.

부슬부슬 비가 오는데 우산은 갑자기 고장 나서 펼쳐지지 않았다.

물 위를 걷는 듯 현실감이 없는 가출한 정신상태로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간다.

비 맞아도 기분이 좋아 실실 웃으면서 간다. ^^


그 밤 뉴스에 날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

남편과 조촐하게 외식을 하고 맥주 한잔 기울이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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