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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Dec 24. 2016

15 오래 지켜보기

보면 볼 수록 실체가 드러난다

그때 나는 도자기를 보는 방법을 하나 배웠고,
그것은 내 세상살이의 무슨 지침처럼
지금까지 뇌리에 새겨져 있다.


"도자기 진짜 가짜를 어떻게 구별합니까?"

초짜는 부끄러움을 감추고 물었다.


"그건 간단하지."

선생의 대답에 나는 귀를 세웠다.


"우선 그 골동을 사다 놓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걸세."


아까운 돈을 투자한 도자기를 오래오래 지켜보고 있으면,
결국 싫증이 나는 것과 싫증이 안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 윤후명의 <나에게 꽃을 다오 시간이 흘린 눈물을 다오> 중에서 -



아무리 지켜봐도 싫증 나지 않는 것, 

오랜 시간 곁에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다.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도자기, 그림, 음악, 글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사람에게까지도 적용이 가능한 이론이다.

나는 음악, 미술 등 예술에는 소질이 없고 좋은 작품을 보는 눈도 없다. 

예술에 문외한이지만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우리가족이 한참 직소퍼즐에 미쳐(?) 있을 때, 여러 작품을 그것도 1,000피스 짜리로 작업을 했었다.  

주로 추운 겨울 따뜻한 거실에서 머리 셋이 서로 부딪쳐도 시시덕거리며 좋다고 맞추던 기억.  

행복한 기억이다.  색감이 다양하고 형체가 선명한 것일수록 쉽다. 

완성된 6~7점의 작품들 중에는 풍경화나 정물화가 많다. 

점차 풍경화가 질리기 시작했고 유명한 화가의 그림으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 즈음에 선택한 명화가 바로 이 아이였다. 


 <사진출처 :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24XXXXX69187>


황금빛이 주는 찬란하고 환한 이미지가 좋았다. 

황금빛이 들어간 그림을 거실에 걸어놓으면 없던 복이 들어온다고도 했다.

마침 1000피스짜리도 있고 황금빛 작품도 다 좋았지만, 찐한 키스 장면이 마음에 걸렸다. 


그 당시엔 어린 주연이도 있고, 같이 사는 시어머니도 보실 거고  

'넘 야한 거 아냐?'  고민을 많이 했었다.  

오랜(?) 고민 끝에 주문을 하고 한 조각 한 조각 맞춰가면서 볼 수록 정이 들었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왔다.  

지금까지도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아~  이런 게 명화구나!  이래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거구나!'

보면 볼 수록, 시간이 갈 수록 더 좋아지는 것.  

오래 지켜보면 실체가 제대로 드러난다. 

오래 함께해도 질리지 않는 사람, 뻔하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 

서로에게 좋은 영감을 줄 수 있으면 더 좋겠고, 지루하지 않은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시시하지 않은 사람이고 싶어 오늘도 책을 읽는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 가고 싶다.


오래 지켜보기, 

내 마음에도 새겨두고 싶은 문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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