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슬슬 살아야지~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는 팔순 노인에게
‘이제껏 살면서 가장 후회스런 것이 무엇인지’ 를 물었더니
‘지나치게 심각하게 산 것’이라고 답하더군요.
그 말을 들은 후로 “더 늦기 전에 ‘열심히-슬슬’ 살아야지~ “ 하는 기묘한 희망을 키우는 중입니다.
심각한 언어의 향연이라 할 만한 ‘가훈’이란 장르 중에 인상이 깊었던 어느 집 가훈 하나를 소개합니다. 듣기만 해도 청량합니다.
“아님 말고!”
영화감독 박찬욱 댁의 가훈이랍니다.
그 집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의 십 년 후 생명성의 질량을 확인해 본 후, 기회가 된다면 꼭 알려드리겠습니다.
- 정혜신의 <마음 미술관> 중에서 -
자라면서 부모님,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며 모범적으로 살았다.
사회에 나와서도 규율이나 규칙을 잘 지키며 살고,
하지 말라는 것은 근처에도 가지 않으며 살아왔다.
앞으로의 삶에서도 별 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안다.
위에 글을 읽으면서 심각하게 모범적으로 살아온 내 삶이 오버랩 된다.
안전하고 평온하게 살아왔지만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다 불행하다 뭐~ 그런 의미는 당연히 아니다.
그저 심심하다.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게 없을까? 하는 마음이다.
‘재미’와 ‘행복’이란 단어는 일란성 쌍둥이다.
재미있는 일을 하면 행복하고, 행복한 일은 재미있다.
그렇다면,
내가 재미를 느끼는 게 뭘까.
내게 행복을 주는 일은 뭐지?
다시 원점이다.
매번 비슷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변을 고민한다.
한참 머리를 굴려도 매번 답이 막힌다.
생각은 다른 것으로 넘어가다 곧 잊혀지고,
또 행복이나 재미라는 주제로 글을 보면 또 질문하고 다시 막히고 반복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떤 이는 그런다.
"배가 불렀구만,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으니 배부른 소리 하는 거야!" 라고 말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취직이 안되서,
대학에 떨어져서,
내 집이 없어서,
자식이 안 생겨서...
여러 다양한 고민을 하는 집들도 있을 텐데, 그런 이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이다.
‘나도 지나치게 심각하게 사는데’ 하는 공감을 하며,
그럼 ‘어떻게 사는 게 재미있게 사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하다,
생존과 직결된 걱정을 하는 사람에 비해 내가 배가 불렀구나 하는 생각에 부끄러워진다.
오늘도 내 안에서 찾지 못한 답을 매개로 이런저런 공상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