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나 역시 잘하고 있을 땐
요란하고 화려한 응원을 받고 싶지만
요즘처럼 기분이 가라앉거나 풀이 죽어 있을 때는
그냥 옆에 있어주는 응원, 따뜻하게 손 잡아주는 응원
그리고 가만히 안아주는 응원,
그런 조용한 응원을 받고 싶다.
-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중에서 -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나 아닌 타인에게서 응원받고 지지받고 싶은 욕구는 동일하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한동안 유행했던 말이다.
1등만 인정해주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1등이 아닌 사람의 열등감을 풍자하여 가려운 곳을 긁어 주었던 말이다. 1등이 아닌 사람이 더 많은 세상에, 후련하게 웃음을 주었기에 사랑받았을 것이다.
누구나 1등을 꿈꾸지만 아무에게나 돌아오지 않는 영예다.
오직 한 사람만 차지할 수 있다.
응원이라는 건 어쩌면 1등이 아닌 사람에게 해주는 것이다.
잘하고 있는 1등에게 더 이상 응원은 필요하지 않다.
1등이 아닌 사람에게
‘잘 하고 있다. 포기하지 마라. 조금만 더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다. 다 왔다. 고지가 눈앞이다.’
더 나아갈 고지가 있는 사람한테 해주는 북돋음이요 용기를 주는 말일 것이다.
1등이 아닌 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불편하다.
최고가 아닐 바에야 보통 사람들 속에 조용히 존재하기를 원한다.
혼자 튀는 걸 싫어하고 군중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게 편하고 안정적이다.
특정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다수에게서 인정받고 있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는 것 같다.
동일한 집단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아군이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직장을 구하고, 가족을 가지려 하고 어딘가에 속해 있으려고 한다.
그래야 군중 속에 조용히 숨을 수 있다.
예전 광고에 ‘모두가 Yes라고 할 때 혼자 No 할 수 있는 사람’ 뭐 그런 카피가 있었다.
요즘이야 더러 4차원이나 스스로 튀는 쪽을 일부러 선택하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수가 Yes라고 하면 자신도 Yes라고 말하며 자연스레 대세를 따른다.
1등이건, 1등이 아니건,
Yes라고 말하건,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건
모두에게 응원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