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애물단지
열심히
살다 보니
조금씩
쌓여가네
- 하상욱 단편시집 中 <피로> -
몇 분 차이로 출근버스를 놓쳐 일반버스로 출근했다.
일반버스는 두 종류를 타야 회사에 도착한다.
날이 좋을 때는 두 번째 버스가 데려다 줄 몇 정거장을, 지름길을 이용해서 걷곤 한다.
오늘도 아침에 좀 걸었다.
걷는 길에는 다양한 술집과 음식점을 지나게 되어있다.
그 골목을 걷고 있자니 싸늘한 아침 공기와 함께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화려한 전날 밤의 열기가 막 사그라든 고요한 정막감,
새벽까지 환하게 밝혀진 전등과 함께 왁자했을 술집들,
막 불을 끄고 문을 닫았을 것 같은 가게들이 즐비하다.
해는 벌써 떠 있지만 곤한 몸을 뉘어 막 잠이 든 찰나로 그들은 이제 꿀잠에 들어간다.
문이 잠겨진 식당들 사이를 걷는다.
그중 한 식당에 사람이 보인다.
그 전날 늦게까지 손님을 받았을 텐데 의아해하며 보고 있자니 연세 드신 분들이다.
분주한 듯 여유로운 듯 마늘, 양파, 대파 등 재료 손질에 한창이다.
음식에 들어가면 주 재료에 가려 보이지 않는 양념들이다.
없으면 맛이 안 나는 중요한 것들이다.
한국 요리가 대체로 손이 많이 간다.
껍질을 까고 씻고 썰고 다진다.
눈에 잘 안 띄는 양념이라고 수월하지 않다.
오히려 사이즈가 작아 손이 더 많이 가는 녀석들이다.
아들인지 딸인지가 운영하는 식당에 오전에 출근해서 재료 다듬고 물건도 받아놓고
식당 문 열기 전에 필요한 준비들을 해주시는 모양이라고 혼자 상상한다.
아침, 저녁으로 교대근무를 하면서 운영하는지도 모른다.
알바생이면 아줌마들로 두 명을 썼을 텐데, 나이 드신 남과 여로 봐서 역시 부모님으로 보인다.
늙어서 편하게 살고 싶어서 지금 열심히 일한다.
아침에 본 피로한 노부부가 내 미래의 모습이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들을 비하하거나 젊어서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다들 사연이 있고 상황이 다를 테다)
그 부부를 인터뷰한 건 아니라서 진실은 알 수 없다.
늦은 나이까지 속 썩이던 자식이 이제야 정신 들어 살아보겠다고 하는 터라 기쁜 마음으로 도와주는지,
아침잠이 없어져 소일거리로 운동 삼아(?) 하는지,
피곤한데 억지로 몸을 움직여 마지못해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저 저 나이까지도 자식 일에 발 벗고 나서서 애쓰는 모습이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