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떨릴 때 떠나자. 다리가 떨릴 때 말고.
65세 나이에 땅끝 마을 해남에서 강원도 고성군 통일 전망대까지
혼자서 2,000리를 23일 만에 국토 종단한 할머니가 있다.
67세에는 110일간 동해, 남해, 서해의 4,000여 킬로미터의 해안일주는 물론이고
국내의 웬만한 산은 모두 섭렵한 것도 모자라,
아들 내외와 함께 네팔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길까지 발자취를 넓혀나간 할머니.
명실상부한 도보 여행의 대가로 불리고 있는 황안나 씨다.
- 박미현의 <여자 마흔, 시작하기 딱 좋은 때> 中 –
십 년은 더 된 것 같다.
나중에 퇴직하고 시간이 많으면 국토종단을 해보겠다는 꿈을 간직한 게 벌써 그렇게 되었다.
헌데,
그 꿈이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체력이 떨어진다고 느끼면서 색이 바래졌다.
그러다 이 글을 만났다.
황안나 할머니 이야기를 보며 오래된 꿈을 꺼내 든다.
65세의 할머니보다는 젊은 나이에 갈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 할머니가 가능하다면 나도 괜찮지 않을까,
다시 희망을 품는다.
산티아고 순례자 길도 걸어보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도 한다.
종교가 달라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아무렴 어떤가.
걷는 사람의 종교를 일일이 검사하는 것도 아닐 테고.
나 자신을 사지에 몰아보고 싶다.
어떤 때의 나는 의지가 강해 보이고,
어떤 땐 나약함의 극치라고 느낄 때가 있다.
힘든 벽에 부딪치면 도망가고 피해 가는 경향이 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버텨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다.
발이 부르트고 물집도 생기고 하루하루 무지하게 고통스러울 거다.
그야말로 사서 고생이다.
고생스럽겠지만 그런 혹독한 경험을 하고 나면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있을 것만 같다.
국토종단은 힘들면 언제든 버스 타고, 기차 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의미로 국내보다는 스페인을 먼저 가야겠다는 생각에
산티아고에 무게가 실린다.
평소에 숨쉬기 운동과 버스로 몇 정거장 걷는 게 전부이면서 너무 큰 꿈을 꾸는 건 아닐까 염려되지만,
마음을 정하지 않아서 그렇지 딱 정하면 또 하게 될 테니 걱정은 닥쳐서 하는 걸로 미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