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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Mar 15. 2017

27 그리운 건 무엇인가?

그대일까, 그때일까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


 - 하상욱 단편시집 중 –


기억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늘고, 피부가 푸석푸석해지고, 배가 나오고 눈이 침침하다.

한 끼만 굶어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어지럽다며 엄살을 피운다.

예전만큼 젊지 않다는 증거들은 내 몸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증상들이다.

젊은이보다 많은 경험과 시간을 보냈다는 증표들이다.


출근버스를 기다리며 청춘들을 본다.

날씬한 청춘, 뚱뚱한 청춘, 키 작은 젊은이, 키 큰 젊은이 다양하다.

한 청춘이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빛의 속도로 뛰어와 올라탄다.

불필요한 스텝 없이 완벽하게 버스 안으로 쏙 사라진다. 

아~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싶다. 


지금은?

어지간해서 뛰지 않는다.

다음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는 또 온다.

조금 늦는다고 큰 일 나지 않더라.

조금 미안해하면 되고, 미리 연락해 양해를 구하는 노하우도 생겼다. 


예쁜 후배들을 보면 (얼굴 말고 마음이나 행동이 예쁜~) 흐뭇하고 귀엽다.

엄마미소 짓는 내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한다.

아들만 둔 나는 여자 후배보다는 갓 입사한 남자사원들이 눈에 들어온다.

주연이도 머지않은 미래에 저런 모습일까 상상하며 안구 정화한다.

신입들은 작은 실수에도 큰 호들갑을 떤다.

대세에 지장 없는데,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엄청 죄송해하고 미안해한다.

그런 모습도 순수하니 보기 좋다. 


내가 어릴 때 선배들이 했던 말들이 지금의 내 마음이었겠구나 싶다. 

'좋~을 때다'

'아이고 이~쁜 것들'

내게 일을 가르쳐줬던 선배들 얼굴이 가물거린다.

그때 참 좋았는데.


저 시를 보면서

선배들이 그리운 건가?

젊었던 그 시절이 그리운 건가?

반문해본다. 


처음 답은 둘 다. 

그러다 생각을 조금 더 해보니, 그 시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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