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사야 하는 이유?
2년가량 성경을 이해하려고 교회를 다닌 적 있는데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맞지 않는 걸 알기 위해 시간은 들어요.
가짜 명품 시계와 지갑을 가져봤지만 진짜를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됐고요.
허용도 품위의 가치를 알기 위해선 과정이겠죠. 많이 보러 다니는 것이 결국 우리 눈을 좋게도 하구요. (…)
중국을 정말 좋아합니다. 거기서 가짜를 많이 사봤어요.
여행하는 중에 시간이 있다면 살 수 없었던 걸 사게 되는데,
시장에서 슬리퍼를 하나 샀는데 그게 독일 명품이었던 거죠.
‘스위스 칼이 왜 이렇게 싸?’ 하면서 샀는데 그게 카피였던 거구요.
결국 오래 쓰진 못하지요. 그 재미가 있으니 다른 것도 사보는 거죠.
사놓고 그 ‘화려함’과 ‘그럴싸함’을 일단 들여다봅니다.
내가 얼마나 가짜인가와 사람들은 얼마나 가짜인가를 보면서 웃지요.
하지만 그것이 진짜인들 그만큼의 돈을 지불할 만한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가짜를 사고서야 알게 됩니다.
- 이병률 대화집, <안으로 멀리뛰기> 중에서 –
명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엄밀히 따져 돈이 아깝다.
어떤 물건이든 그 물건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면 저렴한 것을 선호한다.
굳이 비싼 제품을 쓸 이유가 없다.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특정회사의 광고모델도 아닌데 비싼 명품을 들고 다닐 이유는 없다.
내게 명품을 들고 다녀달라고 하면 모를까.
비싼 돈을 투자해가며, 무료로 그들의 제품을 홍보해줄 이유는 없다.
몇 년 전,
여행을 잘 안 하는 우리 가족이 프랑스 여행을 한 적이 있다.
파트에 소문은 금방 퍼졌고, 여러 가이드와 조언이 쏟아졌다.
여행이 초보인 나는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고 열심히 귀담아 들었다.
그중에서 공통적으로 들었던 얘기가 프랑스에 가면 무슨 무슨 제품을 꼭 사 와야 한다는 쇼핑 목록이었다.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리스트로 화장품, 샴푸, 영양제 등 품목도 다양했다.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며 명품백도 추천받았다.
1개쯤은 들어도 괜찮지 않으냐며, 브랜드에 익숙하지 않은 내게 적절한 가격대의 브랜드를 추천한다.
브랜드를 쭉 읊으며 가격대와 시장에서의 위치도 한참을 나열한다.
오~ 대단하다. 저런 걸 어떻게 다 기억하는지 감탄스럽다.
프랑스까지 가서 사 오지 못하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안타까워하며 계속 설득한다.
좋은 기회를 놓치면 많이 후회할 거라고 협박의 수준이다.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일은 ‘바보 같은 일’이라고 그들의 눈은 말하고 있었다.
일반 사람들과 생각하는 기준이 다름을 느끼며 평소 습관처럼 나를 먼저 점검한다.
‘내가 이상한 건가?’
‘우리 식구가 좀 특이한가?’
한참 고민을 해도, 여전히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이유를 나 자신에게 설명하지 못한다.
타인의 강요와 설득만으로는 지갑을 열지 못하겠다.
비싼 값을 치르고 내가 얻는 이점이 뭔지 모르겠다.
자기 과시용?
평범한 사람으로의 안착?
결국은 많이 비싸지 않은 화장품과 생필품 위주로 사 왔다.
주변 사람들의 추천목록 중에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것 위주로 취사선택했다.
근데 써봐도 잘 모르겠다.
이게 왜 좋다는 건지.
왜 이리 인기가 많은지도 잘 모르면서 그냥 쓴다.
좋다니 좋은가 보다 하면서.
내가 좀 무딘 것 같다.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