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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Mar 19. 2017

30 책을 추천하는 일

저처럼 책을 만들고, 글을 쓰며 살고 싶어하는 후배에게는 무슨 말씀을 해주세요?


그런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어떻게 살라고 말할 순 없는 거예요. 

라면 말고 밥 먹어, 소주 말고 맥주 마셔 따위는 해줄 수 있겠죠. 

굳이 뭐가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분위기에 따라 형이랍시고 하는 말 같은 거요. 

늦은 밤, 걸어가지 말고 택시 타고 가라...... 

말끝은 흐리지 말고 매듭짓는 습관을 들여라. 

그치만 삶이란 건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건 어느 정도 결정된 거니까요. 

예술가의 길이란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어요. 

굳이 하나를 얘기하자면, 큰 '결핍'을 만나지 못한 사람은 

문학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굉장히 멀리 있다는 거예요. 


- 이병률의 <안으로 멀리뛰기> 중에서 –


글 쓰는 작가에게 흔하게 하는 질문이다. 

다른 작가였다면 어떤 대답을 했을까. 

‘다독을 해라, 매일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써라, 필사를 해봐라.’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자신이 작가가 되기까지 해봤던 것들을 일러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똑같이 한다고 모두 작가가 되는 건 아니다. 

수십 권을 필사해서 유명 작가가 되었지만, 수십 권을 필사했다고 모두 작가가 되진 않는다. 

큰 노력 없이도 작가가 된 사람이 있고, 수십 년 무명작가로 살다가 뒤늦게 빛을 발하기도 한다. 

삶이란 어떤 공식이 없는 것 같다. 

태어나면서 어느 정도 결정된 채 태어나는 것이다.


가끔 책 추천을 요청받을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물어온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난감하다. 

책 읽을 예비 독자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 책을 추천해줄 수 있을까. 

거꾸로 질문을 한다. 

나이는 어떻게 되며, 평소에 책을 즐겨 읽는 편인지 아닌지, 

선물 받을 사람이 좋아하는 게 뭔지 대략적인 정보를 받아 거꾸로 추리한다.

좋아하는 정보도 중요하지만 싫어하는 정보를 얻는 것도 방법이다. 


“예전에 어떤 시집을 읽고 눈물을 짓더라고요. 어떤 시집인지는 잘 모르겠고.”

“가벼운 것 말고, 웃기고 재미있는 그런 것도 말고 잔잔한 에세이였으면 좋겠어요.”


그런 정보들을 모아서 선택의 범위를 좁힌다. 

소설은 제외하고 에세이로, 다시 감동을 줄 만한 것으로 추려진다. 

물론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고르고, 

그중에서 마땅한 게 없으면 눈에 익은 책들 중에 평이 좋았던 책을 선정한다. 

서너 개의 후보를 추천하고 그중에 고르라고 한다. 

피드백을 받은 적은 없다. 

만족했는지 알 수 없지만 작가와 독자가 코드가 맞았기를 바란다. 


하나의 질문을 받으면 동문서답을 하지 않으려 최대한 성실한 답을 궁리한다. 

그 질문이 한 사람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큰 것이라면 더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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